[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채권시장을 이탈한 자금이 어느 자산으로 몰려들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속적인 부양 의지를 보였지만 채권 투자자들이 ‘팔자’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자금 대순환’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달리 투자자금을 현금화 한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에 소극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
초저금리에도 불구, 채권시장에서 나온 자금이 주식시장보다 머니마켓펀드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적극적인 주식 베팅에 나서기에는 주가가 부담스러운 데다 연준의 행보와 경기 향방 등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지난달 채권형 뮤추얼 펀드에서 430억달러가 순유출 됐다. 이는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에 따라 채권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월가 투자가들은 채권시장을 이탈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가장 커다란 반사이익을 입은 것은 주식형 펀드가 아니라 머니마켓펀드로 나타났다.
ICI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4주 동안 머니마켓펀드의 자산이 85억달러 급증, 2조600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 초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6월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현금성 상품 및 머니마켓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전월에 비해 두 배 급증했다.
최근 나타난 자금 흐름은 투자자들 사이에 자산시장 및 거시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투자 자문사인 메들리 브라운의 율리우스 리지웨이 어드바이저는 “채권을 매도한 투자자들은 주식이 더 높은 수익률을 내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은 여전히 금융위기 직후 대규모 손실에 대한 기억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주식형 뮤추얼 펀드에서 63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지만 주가 흐름이 안정을 되찾자 7월 첫 2주 사이에 70억달러가 다시 유입됐다.
누빈 자산운용의 로버트 돌 주식 전략가는 “자금 대순환이 가시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투자자들은 중장기적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반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데 눈을 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6월 이후 자금 동향은 주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담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 자문사인 에버코어 웰스 매니지먼트의 주디 맥도날드 모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주식 투자에 대해 투자자들이 상당히 소극적”이라며 “일정 부분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 이동이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자금은 시장 주변에 현금성 자산으로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ICI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초 이후 지난해 말까지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947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시장에 이탈한 자금은 5억4800만달러에 불과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