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국채금리에 연동… 금리상승시 대책 '無'
[뉴스핌=주명호 기자] 학자금 대출 문제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주목받는 사안이다. 최근 높아진 대출금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미국 상원은 학자금 대출금리를 국채금리에 연동시켜 현 금리수준을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대비책은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데다 오히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방편으로 사용될 목적도 엿보여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 상원의회는 정부지원 학자금 대출인 '스태포드 론(Stafford Loan)'의 대출금리를 10년물 국채금리에 연동시킨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법안을 찬성 81표, 반대 18표로 통과시켰다.
매년 6월 1일 낙찰금리를 기준으로 재학생은 이보다 2.05%포인트, 졸업생은 3.6%포인트 높은 수준을 대출금리로 지정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올해의 경우 낙찰금리가 1.81%로 책정돼 재학생은 3.86%, 졸업생은 5.41%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미 정부가 기존에 제공했던 3.4% 고정금리 학자금 대출이 지난달 만료됨에 따라 이달부터 미국 대학생들은 6.8%의 높은 대출금리를 부담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법안이 7월부터 소급적용됨에 따라 다시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금리 부담만 지게됐다.
하지만 법안에 대한 환영보다는 비판 목소리가 더 크다. 변동금리로 전환한 이상 국채금리가 급등하게 되면 스탠포드 론 또한 마찬가지로 치솟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는 외면해 버린 까닭이다.
미국의 경제회복세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국채매입 축소는 올해 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의 출구 전략이 내년으로 미뤄진다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 국채금리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 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상승 추이에 따라 미래의 미국 대학생들은 현 6.8%보다 더 높은 대출금리를 물어야 할 판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2017년까지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5년 뒤 재학생은 최소 7%, 졸업생은 8.5%의 고금리에 시달리게 된다는 뜻이다. 법안은 이에 대해 대출금리 상한선도 함께 설정했지만 재학생은 8.25%, 졸업생은 9.5%를 최대한도로 잡고 있어 사실상 무의미한 방책이다.
미 10년물 국채금리 상승시 예상되는 학자금 대출금리 <출처 : 미 의회예산국(CBO), CNN머니 재인용> |
단순히 부채부담이 늘어난다는 것 외에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비판 여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대학 진학 및 성공 연구소(ICAS)의 로렌 아샤 소장은 "오히려 학생들의 부담이 현재보다 더 늘어나 진학 및 교육 기회가 더 줄어들 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도 "대학을 가고자하는 미래의 학생들에게 이번 법안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이번 법안 통과는 공화당 의원들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앞서 민주당은 변동금리를 채택하는 대신 3.4%의 고정금리를 유지하자는 주장을 펼쳤으나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현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논리 때문이다.
국채금리 상승을 고려하면 이번 법안은 오히려 재정적자 감소를 돕는 방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CNN머니 방송은 앞으로 향후 10년 간 학자금 대출로 모인 금액은 총 7억 1500만 달러(약 8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정 부담 논리를 꺾지 못한 오바마 행정부도 법안 통과를 지지하는 모습이다. 아른 던컨 미 교육부장관은 이날 "양당이 함께 학자금 대출금리를 낮춘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학자금 대출은 주택담보(모기지)대출을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2011년 미국 학생들의 학자금 빚은 평균 2만 7000달러(약 3000만 원)로 집계됐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