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이 펀드판매를 새로운 시장창출의 돌파구로 삼고, 현지 증권사와 협력방안 모색에 열을 올리고 있다.
2일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지난 6월 외국계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펀드판매 자격을 얻은 8개 외국계 은행이 시장 선점을 위해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은행은 이미 현지 협력 증권사 선정을 마치고, 협력 증권사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펀드 판매 자격을 얻은 외국계 은행 HSBC, 시티은행, 싱가포르 개발은행(DBS), 동아(東亞)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싱가포르은행(UOB), 항생은행, 남양(南洋)상업은행 가운데 동아은행이 가장 먼저 1일 펀드판매를 개시했다.
중국 은행권은 외국계 은행이 펀드판매에 이토록 속도를 내는 원인이 펀드판매의 수익성 보다는 이를 통한 새로운 상품판매 경로 확보에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외국계 은행은 이미 공식석상에서 증권회사와 새로운 상품 공동 개발의 비전을 제시하며, 외국계 은행이 펀드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품개발에도 관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즉, 금융상품 개발 능력이 뛰어난 외국계 은행이 펀드판매를 통해 펀드 상품 개발의 주도권까지 노리며, 증권회사를 그들의 상품수출 경로로 이용할 전략이라는 것이 중국 금융권의 판단이다.
모 외국계 은행의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이 펀드상품의 범위에서 개발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는 다양하다"며 "점점 까다로워지는 투자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외국계 은행은 그간 중국의 폐쇄적 금융환경 때문에 각종 규제와 본토 은행과 비교해 취약한 영업네트워크로 중국 시장에서 그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펀드판매는 외국계 은행의 능력을 발휘하고, 난국 타개를 가능케 하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
펀드판매가 외국계 은행의 돌파구로 인식되는 이유는 펀드상품이 은행권 자산운용 상품보다 관리감독의 수위가 훨씬 낮기 때문이다.
은행이 고금리 고위험성 상품을 판매하려면 중국 감독기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펀드회사의 상품 심사는 증권감독회 시스템을 통해 간단히 진행된다.
또한, 고객 수는 적지만 거래규모가 큰 '고급 고객'의 비중이 많은 외국계 은행은 다양한 펀드상품을 판매하면 더 많은 고급 고객 확보와 투자금 예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외국계 은행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펀드시장 진출을 위한 치밀한 사전 작업을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은행과 싱가포르 개발은행은 펀드판매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 구축, 직원 훈련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검토작업을 진행했고, 그 외 다수 외국계 은행은 이미 2년 전부터 전담인력풀을 가동해 펀드판매의 전문성 제고에 힘써왔다.
그 밖에, 일부 은행은 온라인 펀드판매 시스템도 구축해 다양한 고객층 확보를 위한 준비를 마무리했다. HSBC은 인터넷을 통해 한 번에 펀드를 구입할 수 있는 원스톱 펀드 상품을 출시했다.
동시에 외국계 은행은 앞으로 협력 증권사 수를 대폭 확대해 상품의 다양성과 영업범위 확대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동아은행은 이미 6개 증권사와 협력 관계를 맺었고, 다른 외국계 은행들도 하반기 협력사를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