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1분기 경제성장률이 잠정치보다 크게 하향 조정된 데 따라 국채가 상승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경계감이 진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로존에서도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연준의 행보를 둘러싼 불안감이 꺾인 데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경기 부양 의지를 밝히면서 주변국 국채 수익률 상승 압박이 완화됐다.
26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7bp 내린 2.54%에 거래됐고, 30년물 수익률도 4bp 떨어진 3.58%을 나타냈다. 2년물과 5년물 수익률도 각각 4bp와 7bp 하락했다.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1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 1.8%를 기록해 4월말 발표된 잠정치인 2.5%에서 크게 후퇴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 예상치인 2.4%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가 당초 발표된 수치보다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고, 수출이 감소하면서 성장률이 잠정치에 비해 크게 꺾였다는 설명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경제 성장이 예상에 부합할 경우 자산 매입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지난 19일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 잠정치보다 크게 떨어진 1분기 성장률이 양적완화(QE) 축소 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번졌다.
웰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제이 뮬러 펀드매니저는 “미국은 여전히 저성장 환경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연준이 실제 자산 매입에 나설 때까지 국채 수익률의 상승 추이가 꺾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GMP 증권의 애드리언 밀러 채권 전략가는 “국채 매도가 지나쳤다는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있는 경제 지표가 등장하는 순간 수익률이 곧바로 떨어질 것”이라며 “경제 펀더멘털이 충분히 강한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재무부가 350억달러 규모로 발행한 5년 만기 국채의 금리는 1.484%로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시장 전문가 예상치인 1.472%를 웃도는 수치다.
응찰률은 2.45배로 2009년 9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는 과거 10회 평균치인 2.84배를 밑도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국채 발행 금리도 상승했다. 80억유로 규모의 186일물 국채 발행 금리는 1.052%로 지난 2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월 0.538%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뛴 수치다.
하지만 유통시장의 국채 수익률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탈리아 10년물 수익률이 15bp 내린 4.71%에 거래됐고, 스페인 10년물 수익률도 22bp 내린 4.85%를 나타냈다.
포르투갈 10년물 수익률도 24bp 하락한 6.66%에 마감했다. 독일 10년물 수익률도 5bp 떨어진 1.76%를 나타냈다.
드라기 총재는 파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ECB가 경기 부양적인 정책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정책 이외에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는 데 대해 적극적인 입장이며, 긴축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코메르츠방크의 마이클 리스터 채권 전략가는 “이날 시장 반응은 투자자들이 ECB에 보다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최근 유로존의 국채 수익률이 과도하게 상승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