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영향력 커...자금 공급에 일시 진정
[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경제가 돈가뭄에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중 자금 경색이 심화하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할수 있다는 흉흉한 소문도 나돌고 있다. 20일 국채이율이 순식간에 50 bp나 변동했다. 과거 같으면 1년이 걸려 변동할 엄청난 진폭이다. 당국이 시중의 통화 완화요구를 완전히 묵살해온 가운데 버냉키의 발언으로 출구전략이 가시화하면서 중국 자금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금융위기의 불안한 먹구름 이듯 순식간에 '자금 불황'이 중국 경제를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넣는 형국이다. 중국 금융기관과 기업 자금 담당자들은 급박한 금리변동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은행간 시장의 유동성 긴장은 통화기금과 채권시장 황금시장에까지 파장을 던지고 있다.
100조위안(M2) 세례에도 '돈 가뭄'
5월말 현재 중국의 M2(총통화 공급량) 잔액은 104조2100만위안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15.8% 증가한 것으로 당초 목표치 13% 보다도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당초 목표했던 것보다 돈을 더 많이 푼것이다. 이에 비춰보면 중국의 현재 자금 시장 상황을 유동성 결핍으로 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다고 볼수 있다.
중국 금융시장에서 연출되는 자금 불황은 총 통화공급량이 100조위안을 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언뜻 납득이 안가는 현상이다. 이에대해 중국 정부와 통화 당국은 시중에 자금이 부족한게 아니라 부동산 투기 등에 돈이 몰리는 등 현금 흐름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국무원의 지난 19일 회의와 중앙은행의 최근 공개시장조작 스탠스를 보면 중국은 단기 유동성 공급에 대해 보수적 태도를 아주 단호하게 밝히고 있다. 국무원은 지난 19일 자금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자금시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염려를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전문가는 중국 당국은 대응을 잘못하면 '머리가 아픈데 발 아픈데 쓰는 약을 처방하는 격'이 될 것이라며 자금 흐름과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섣불리 시장 대응에 나서기 보다는 자금이 실물경제로 제대로 유입되는지를 잘 주시하고 경제성장 방식과 구조의 양호한 전환에 부합하는지를 중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불안의 실제 원인은?
자금시장 경색은 은행간 콜금리 급등에 이어 채권 주식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국채이율이 폭등세를 나타냈고 은행주를 비롯해 주가 급락세를 초래했으며 금은가격도 크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현재 자금 경색은 일시적인 현상과 구조적 상황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신은만국 증권 채권 취칭(屈慶) 애널리스트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신흥국의 자금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역시 앞으로 더 심한 유동성 결핍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대다수 금융전문가들은 중국 인민은행이 통화 공급에 대해 보수적 자세를 확고히 함에 따라 시중 유동성은 계속해서 빡빡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화 당국은 돈을 찍어내봐야 밑빠진 독에 불붓기식으로 자금이 생산분야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적당한 긴축이 이제 막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번주에도 중앙은행은 연속 두차례 어음을 발행해 유동성을 회수했다.
이같은 국면이다 보니 시장의 지준율 인하기대감은 연목구어같은 상황이고 자금 경색은 한층 심화하고 있다. 돈있는 금융기관들조차 자체 금고 단속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보니 시중 자금 사정은 갈수록 더 악화하고 있다. 이런가운데 20일 시장에는 중앙은행이 공상은행과 중국은행에 각각 500억위안, 4000억위안을 공급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진위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신용대출 더 축소 전망
중국 금융 통화 감독당국의 긴축과 그림자은행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자금 파동은 유동성 결핍 리스크를 계속 상승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인민은행은 설상가상으로 최근 10일 동안 신용대출을 과도하게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계속 표명했다. 2012년 사회 총융자 증가액은 16조위안. 2013년에는 5개월동안 9조위안 증가했다. 예상대로라면 신용대출은 올 한해 전체적으로 16~17조위안 정도로 관리될 예정이다.
상업은행의 한 애널리스트는 신용대출 긴축이 야기할수 있는 리스크는 6월들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업은행들도 이에따라 신용대출 감축을 비롯해 유동성 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감독 당국은 제도권밖 비은행 금융기구의 금융행위, 사금융, 은행의 편법대출 등 그림자 은행(섀도우 뱅킹)에 대한 단속 활동을 크게 강화하고 나섰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역시 신대활동을 더욱 위축시키고 유동성 경색을 더욱 심화시킬 조치들이다.
성장방식 전환위해 '자금 통(痛)' 감수
중앙은행과 감독당국의 관심은 오로지 경제성장 구조를 바꾸는데 집중되고 있다. 단기 경제성장을 희생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의 질을 제고할 것은 시진핑 지도부의 확고한 국책 과제중 하나다. 즉 현재의 자금경색과 금융불안은 중국이 낡은 경제 성장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반드시 감내해야할 진통이라는게 중국 당국의 분명한 인식이다.
바로 이런 시그널을 보내기 위해 통화당국은 시장 혼란에도 불구하고 3차례나 중앙은행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흡수했다.
싱예(興業)은행 루정웨이(魯政委) 수석 애널은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쉽게 완화하지 않을 것임을 누차 천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6월 M2증가속도가 14~15%수준까지 낮아질수 잇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최근 자금시장은 한마디로 중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중국 무역흑자와 미국 양적완화가 중국의 통화 방출 압력과 생산과잉 간의 구조적 모순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다.
국무원 상무회의는 최근 몇년간 계속 유지해온 확장적 통화정책을 종결시키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는 곧 중국이 전통적인 양적위주의 경제성장과 결별하고 산업 구조조정과 경제 성장 구조 재편에 주력, 금융 통화 정책도 여기에 맞게 펼쳐나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으로 신용대출은 선진 제조업과 전략적 신흥산업분야로 흘러가게 유도하고 노동집약적산업과 서비스업 등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한국은행 상하이 사무소 이동현 부대표는 "중국 당국은 최근 같은 시중 자금경색 사태에 대처하는데 있어서도 국가 경제 운영과 관련해 설정한 이런 전략적 목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중국당국은 금융및 외환 시장의 추가적 개방을 앞두고 시장에 대해 각자 알아서 내성을 강화해야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이 보기드믄 자금 경색국면에 직면해서도 '급한 불 끄기식' 섣부른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