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 금융 시장에 유래 없는 자금난이 발생한 가운데 중국 당국이 여전히 유동성을 방출하지 않는 것은 지하금융과 부실자산을 단속하기 위한 조치로 중국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유지는 그림자 금융 단속 위한 것
중국 단오절 이후 은행간 금리가 치솟으면서 중국 은행들은 중앙은행이 시중에 유동성을 풀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오히려 중앙 은행은 18일과 20일 연속으로 3개월물 20억 위안의 어음을 발행, 지속적으로 시중 유동성을 회수할 뜻을 내비치면서 자금 시장 동요가 확산되고 있다.
한 중앙은행 관계자는 텅쉰재경(騰訊財經)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낮출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현재 시중 자금량을 적정한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자금 긴장 국면은 구조적인 문제로, 구조적 문제는 시장이 자체적으로 조정 가능하다는 것.
또 다른 전문가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회수는 올해 1분기부터 지속돼 왔다"며 "단지 6월에 있을 예대비 심사와 외환관리국의 금리차 수익을 노린 핫머니 단속이 강화되면서 시중 유동성 긴장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또 중앙은행이 연초부터 유동성 회수에 나선 것은 인플레이션 불안에 미리 대응하고 사회융자총액을 통제하기 위해서 였다고 덧붙였다.
스위스 은행 중화권 수석경제학자 왕타오(汪濤)는 "은행들이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을 오판한 거 같다"며 "중앙은행이 늘어나는 신용대출을 통제하고 상업은행들이 유동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도록 경고한 것은 올바른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는 상업은행들이 무분별하게 금리차를 이용한 레버리지 효과 극대화에 나서면서 부실자산과 리스크를 키운데 따른 대응 조치라고 왕타오는 설명했다.
중은국제(中銀國際)증권 예빙난(葉丙南)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이 시중에 유동성을 풀지 않는 이유는 신용대출을 비롯해 지하 금융인 그림자 금융의 과도한 확장세를 막기 위함"이라며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채무 규모와 이로 인한 금융 리스크 축적을 방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자금긴장 국면 우려할 수준 아냐
실물경제 둔화에 따른 압력을 받고 있는 은행들은 중앙은행의 유동성 방출을 기대했으나 중앙은행은 여전히 유동성을 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20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신(中信)은행을 비롯한 은행 관계자들이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해 대출 금리를 인상했다며, 이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언론들은 중신은행 관계자가 아직 금리인상 계획이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지만, 자금난이 장기간 지속되면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냐는 언론의 질문에 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민생(民生)증권 연구원 관칭여우(管清友) 부원장은 "만약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일부 콜머니(금융사간 단기 차입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업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높여 부담을 기업에 전가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상업 은행들은 은행간 시장 금리를 인상해 중앙은행에 압박을 가할 수도 있으나, 중앙은행이 쉽사리 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HSBC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취훙빈(屈宏斌)은 "역RP가 됐건 지급준비율이 됐건 중앙은행이 은행간 시중 자금 긴장 국면을 해소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 은행이 아직까지 유동성 방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원인에 대해 그는 "현재의 자금 긴장이 전반적인 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지 기업과 기관들의 상반기 결산 시즌이 임박하면서 은행들이 너도나도 자금 확보에 나선 것 때문인지 따져보아야 한다"며 "과도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만약 자금 긴장 국면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중앙은행이 이러한 상황을 완전히 방지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메릴린치 중국지사 수석경제학자 루팅(陆挺)도 취훙빈과 동일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중국 금융 시장에 대해 중앙은행은 절대적인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며 금리 조절을 단행하고자 한다면 중앙은행에겐 결코 어렵지 않은 일이란 판단이다.
◇중앙은행 시중 유동성 언제 방출할까?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자 시장에선 이 같은 조치가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앞서 일부 은행들이 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졌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20일 저녁에는 급기야 중국은행이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터져나왔다고 텅쉰재경은 전했다.
이와 동시에 중앙은행이 20일 오후 17시 40분경에 시장에 4000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했다는 소문도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은행은 채무불이행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고 허위 정보 유포자를 찾아 법적 책임을 물릴 것이라 밝혔다. 중앙은행 관계자도 텅쉰재경과의 인터뷰에서 4000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렇듯 중앙은행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자 시장 불안 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주하이빈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최근 콜머니 비용 상승을 초래했다"며 "이러한 강경한 태도가 인위적 유동성 긴장을 유발하면서 금융기관의 대출 금리가 치솟는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경제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중앙은행이 조속히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 RP 조치를 시행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 관계자는 "중앙 은행이 언제까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지는 현재 자금 긴장 국면이 시스템적 리스크를 유발할지 여부에 달려있다"며 "이번 자금난으로 콜머니와 단기 자금 대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은행들이 수면위로 드러날 뿐 전반적으로 큰 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이는 시중 유동성 지표인 사회융자총액이 올해 1~5월 9조11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3조1200위안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자금난에 중소 은행들이 받는 타격이 클 뿐, 대형 은행의 유동성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왕타오 스위스 은행 중화권 수석경제학자는 "아직까지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며 "유동성 긴장 국면은 향후 몇 주간 지속될 것이며 금리는 6월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관례에 따르면 6월 마지막주가 기업, 기관들이 상반기 재무를 결산하는 시기여서 은행 자금이 지금보다 더 마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금 긴장 국면이 더 심화되면 금리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중앙 은행에 대한 각계각층의 압박이 가중될 것인데다, 중앙 은행이 심각한 사태를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