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록 "조직 효율화 하겠다", 신한·하나 "계획 없다"
[뉴스핌=노희준 기자]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단행한 지주 조직 '군살빼기' 바람이 다른 금융지주로 번질지 주목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 금융지주는 우리금융발(發) 조직 슬림화 바람이 자사 조직에 불어닥칠지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지주 소속 19명 임원을 4명(부사장 3명과 상무 1명)으로, 인력을 170명에서 90명 가량(임직원)으로 줄일 방침이다. 민영화를 위한 정비 작업이지만,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은 것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우선 내달 12일이면 임영록 신임 회장을 맞이하게 될 KB금융이 지주사 조직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임 내정자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금융권에서 제기되는 조직 슬림화와 관련, "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고 조직을 효율화 하겠다는 것은 맞다"면서도 "무조건 슬림화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임 내정자는 또 "조직은 한번 고쳤다가 잘못됐다고 바로 개선할 수 없으니 서둘러서 미봉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차근차근 해 나갈 것"이라며 "지주와 은행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서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 내정자의 발언을 고려해 임 내정자가 정밀한 조직진단 결과 조직 슬림화를 결정한다면 은행 등 계열사 인력 조정보다는 지주사 임원 차원의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금융감독원과 각 금융지주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KB금융 지주 직원은 157명이다. 회장 이하 사장 1명, 부사장 6명, 상무 4명 등 12명의 임원이 있다(현재 박동창 부사장은 해임된 상태라 부사장 한 자리는 공석).
이는 규모면에서는 신한금융(146명)과 가장 근접하다(표참조). 다만, 신한금융은 회장 밑에 KB와 달리 사장이 없고 부사장 4명과 상무 3명만 있어 임원 수는 더 적다.
[자료=금융감독원, 각사, 3월 현재 현황] 우리금융 90명에는 임원이 포함된 수치, 향후 90명 가량으로 줄인다는 회사 방침을 반영한 것 |
문제는 KB금융은 은행, 카드, 증권, 생명, 자산운용 등 10개 자회사를 갖고 있지만, 현재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신한금융보다 높다는 데 있다.
올해 1분기 KB국민은행이 그룹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2%에 이른다. 그룹 총자산에서 은행자산 비중은 77%다. 반면 신한금융은 은행이 그룹 당기순이익에서 58%, 총자산에서 75%를 차지한다.
KB금융이 순이익 측면에서 금융그룹으로서 아직 은행과 비은행 부분에서 균형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그만큼 지주 역할이 컸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는 지주 개편 요구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상대적으로 균형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신한금융에서도 지주사 조직 개편 바람이 자사까지 이어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아직까지 조직 슬림화에 대해 공식적인 얘기는 없다"면서도 "타 경쟁사가 하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 스타일대로 그냥 간다'고 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로든 검토는 하고 검토하는 것을 반영하는지는 그 이후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의 경우 지주사 '허리띠 졸라매기'가 이미 지난 연말에 한 차례 시행된 바 있어 추가적인 조직 개편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 한 임원은 "김정태 회장 취임 이후 작년 12월 말에 이미 슬림화를 했다"며 "추가적인 조직 감축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1실 1팀을 줄였고 3월말 현재 지주 직원은 108명이다. 임원은 회장, 부회장 3명, 사장 1명, 부사장 5명, 전문 1명, 상무 5명으로 총 16명이다.
이달에 조기욱 부사장이 개인 사정으로 퇴임, 현재 임원은 15명이다. 부회장 3명은 김종준 하나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으로 각각 개인금융부분, 기업금융부분, 자산관리 부문 부회장을 겸직 중이다.
다만, 하나금융 역시 그룹에서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은 부담인 요소다. 1분기 기준으로 은행부분(하나+외환)이 그룹 당기순이익의 83%, 총자산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