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제품 발표회서 "노키아 인수할 수도".. '어센드6' 화려한 스펙 자랑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중국 화웨이(華爲)가 휴대폰 시장의 명가였던 노키아를 먹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치부했을 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휴대폰 시장의 거목이었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지면서 고전하고 있고, 화웨이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안테나나 기지국 장비를 만드는 업체에 불과했던 화웨이는 이제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 대열에 도전하고 있으며 더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내비치고 있다.
◇ 화웨이가 노키아를 인수한다고?
18일(현지시간) 리처드 유 화웨이 회장은 런던에서 가진 신제품 발표회에서 노키아 인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올해 초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석했던 리처드 유 화웨이 회장의 모습(출처=CNET) |
유 회장은 스마트폰 시장이 3~4개 업체 위주로 통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화웨이가 현재 이 시장 '양강'인 삼성전자와 애플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2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존재감이 없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제품의 질도 우수하며 고객들도 우리가 최고라고 말하고 있다"며 "경쟁 업체들과의 갭을 줄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들을 화웨이의 명백한 노키아 인수 가능성으로 받아들인 뉴욕 증시에서 노키아 주가는 12%나 크게 뛰었다. 그러나 이후 화웨이가 "노키아 인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하면서 다시 노키아 주가는 상승폭을 크게 줄이며 마감됐다.
화웨이는 지금까지는 대형 인수합병(M&A) 없이 스스로 성장해 왔다. 판매량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1년 사이에 10위에서 3위까지 뛰어오른 것이다. 해외 시장 매출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유럽이 큰 시장을 차지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의 휴대폰 출하량은 전 세계에서 4% 가량을 차지한다. 전년 3.5%에서 소폭 상승한 것. 반면 노키아의 출하량은 2011년 16%였던 것이 작년에 4.9%까지 급락했다. 화웨이가 노키아를 이제 만만하게 생각할 만도 해 보인다.
그러나 아직 애플이 전 세계 출하량의 30%를, 삼성전자가 19%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업체와의 갭을 줄이려면 M&A가 필요할 것이란 추측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노키아는 계속해서 '매물'로 언급되고 있는 상황.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심지어 레노버까지도 노키아 인수 가능성을 내비친 적이 있다.
유 회장은 노키아가 MS의 OS를 사용했던 것을 패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화웨이도 처음엔 MS의 윈도를 사용했지만 얼마 전 안드로이드로 돌아섰다. 그는 "윈도 폰이 성공할 것이냐 여부에 대해 말하긴 어렵지만 시장 점유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윈도 폰은 경쟁력이 약하고 여전히 라이센스 비용이 든다. 그에 비해 안드로이드는 무료다"라고 말했다.
◇ 화웨이 '피처폰' 이미지 벗는다.. 글로벌 브랜드화 '가속'
이날 화웨이가 선보인 스마트폰 '어센드(Ascend) 6'를 보면 화웨이는 이제 저가, 피처폰 회사란 이미지를 확실히 벗고 있는 듯 보인다. 화웨이 스스로도 "이제는 화이트 라벨(white-label; 자사 브랜드 대신 여러 통신업체를 통해 판매되는 제품)을 판매하기보다 자체 브랜드를 쓰는 스마트폰 회사가 되겠다"고 말하고 있다.
화웨이의 신제품 `어센드 6`의 두께는 갤럭시 S4나 아이폰에 비해 훨씬 얇다(출처=월스트리트저널) |
다른 '스펙'도 아이폰, 갤럭시에 뒤질 것이 없다. 4.7인치 크기의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가 장착됐고 전면 카메라는 5메가픽셀의 해상도를 갖췄다. 운영체제(OS)는 구글 안드로이드 4.2.2 '젤리빈'이다. 다만 아직 LTE 지원이 되진 않는다. LTE가 가능한 제품은 10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BBC에 따르면 한 애널리스트는 어센드 6을 두고 "마치 아이폰을 롤러로 밀어낸 것 같이 얇다"며 4G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 한계라면 한계라고 말했다.
또 일부에선 야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안드로이드 진영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적할 만한 전략은 없는 게 아니냔 지적도 한다. 이에 대해 컨설팅 업체 CCS 인사이트의 벤 우드 애널리스트는 "중국 내에서의 성장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의 덕을 보며 급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화웨이가 지난해 판매량의 배에 달하는 6000만대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샤오 양 화웨이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화웨이란 이름이 글로벌 브랜드가 되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네트워크 사업자나 유통업체들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문제를 풀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유통망 구축에 많은 돈을 들이고 있는데, 고객들이 사든 안 사든 일단 우리 제품을 사용해 보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점차 저가폰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고가 정책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 어센드 6의 경우 티저 동영상 광고로 출시 예고를 했고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