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한국형 스릴러의 대가 김성홍 감독이 새로운 사이코패스 스릴러 영화 '닥터'로 돌아왔다. 선한 얼굴에 섬뜩한 광기를 지닌 성형외과 의사 최인범 역은 김창완이 맡았다. 전면에 신인 배우들을 기용해 신선함마저 갖췄다.
성형외과 의사로 최고의 명성을 날리는 최인범은 젊고 예쁜 아내의 배신에 극도로 잔인한 본성을 드러내며 끔찍한 비극을 몰고 온다. 속물적인 근성을 지닌 아내 박순정과 순정마초 내연남인 김영관 역시 우리 주변에 만연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순정을 이용해 사위 최인범의 돈을 노리는 장모도 마찬가지다.
막상 뚜껑이 열린 '닥터'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는, 김성홍 감독이 말한 바와 같이 '칼을 쥐고 있는 자들의 무서움' 뿐이다.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칼을 쥔, 혹은 보이지 않는 칼을 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본분에 임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영화 속 배경이 성형외과인 덕에 매스, 주사기 등 의료 기구들을 포함해 해머, 청동상, 소화기 등 다양한 흉기(?)들이 등장한다.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환자에게 매스를 들이대거나, 후반부 인범이 아내 순정의 얼굴에 복수를 감행하는 장면에서 시각적 괴로움은 충분히 느껴진다.
가끔씩 허를 찌르는 공포보다는 허를 찌르는 웃음 코드가 더 눈에 띈다.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시도를 했다는 점은 새롭다. 김창완이 "이런 영화를 뭣하러 만들어?"하고 시나리오를 던져버렸다가 그 거부감에 끌려 영화를 찍게 됐다는 일화처럼, 흥행 코드와 사회의 정상적인 단면만을 그린 영화가 아니라는 데서 가치를 찾을 만하다. 20일 개봉.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