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우려되면서 각 산업현장의 절전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넥타이와 재킷을 벗어버리며 공장의 조도까지도 낮추는 '새는 전기 막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때이른 무더위와 원전비리 여파 속에서 재계가 적극적인 절전모드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여름철에 절전 고민까지 더해지자 내심 불만이 크다. 마냥 정부의 시책을 따르자니 생산 위축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각 산업현장은 이달 들어 정부 차원의 절전 동참 요청에 따라 새는 전기를 막기 위해 분주하다.
제철소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업종은 최대 15%의 의무 감축 방향까지 설정된 상태다. 현재로써 전력난 극복을 위해서는 절전 말고 뽀족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각 기업들은 이에 따라 전력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내부 지침을 마련하고 전사적인 절전 동참운동에 돌입했다.
특히 삼성, 현대차 등 재계 주요 기업들은 너나없이 6월부터 9월까지 총 4개월 간을 절전기간으로 삼았다. 통상 7월과 8월이 에너지 절약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기간이지만 올해는 2달이나 기간을 늘려 잡은 것이다.
삼성은 이미 삼성전자 등 각 계열사별로 에너지 절약 시책을 시행 중이다. 이달 들어서는 점심시간에 모든 사무실의 전등을 소등하는 등 불필요한 전기를 줄이기 위해 고강도 절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엘리베이터 바닥에 들어오던 인테리어 조명까지도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에 들어갔을 정도다.
또, 임직원들은 재킷을 벗고 반팔 셔츠 출근이 가능해졌다. 이런 복장 간소화와 더불어 퇴근시간에 모니터 코드 빼기, 퇴실 1시간 전 냉방기 끄기, 조명 밝기 낮추기, 비가동 설비시설 전원 차단 등의 시책을 준수하고 있다.
현대차도 6월 1일부터 에너지 절감 실천사항을 전 계열사에 내려보냈다. 단적으로 양재동 본사에서는 고효율 램프로 조명을 교체하고, 공조기 인버터 가변운전과 시간단축 운전을 실시 중이다. 냉난방 역시 정부의 권장온도를 유지하고, 임직원들의 노타이, 반팔셔츠 착용 등 냉방 수요 감소책을 펼치고 있다.
울산공장 등 생산현장에서는 '에너지 절약 1·2·3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임직원들은 1(매일), 2(식사,교대시간 중점활동), 3(가동 불필요한 설비 정지)의 의미에 맞춰 동참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아산공장은 에너지 절감을 위한 시설투자도 계획중이다.
LG, SK도 임직원들의 절전을 유도하면서 전기를 많이 쓰는 설비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 착수한 상태다. 노후화된 설비를 에니지 효율이 좋은 설비로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전력소모가 많은 7월과 8월, 집중적인 하계 휴가를 실시하기 위해 날짜를 조율 중이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 모두 생산현장의 공장 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책은 실시할 계획이 없다. 정부가 일률적인 규제를 밀어붙이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공정의 전기를 끊는 등의 특단의 대책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제품의 특성도 고려해야 하고 생산성도 무시할 수 없다"며 "무더위와 휴가 등으로 가뜩이나 생산성이 좋지 못한 때라서 생활절전 말고는 따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원전 비리가 더해진 측면이 있지만 매년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게 현실 아니냐"며 "기업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지만 전력 수요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정부의 문제부터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