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관심 속에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5일 베일을 벗었다. 출발이 좀 불안하다. 절대적 지표는 아니지만 네티즌 평점이 이날 오후 기준 7.9(10점 만점)점대로 썩 좋지 않다. 훌륭한 원작을 갖다 썼고 좋은 배우를 투입한 것 치고는 의아하다. 뭐가 문제일까.
물론 평점을 떠나 영화가 재미있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실제로 영화는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 특유의 웃음코드를 잘 살려냈다. 덕분에 자주 웃음이 터진다. 특히 엘리트 남파공작원에서 달동네 슈퍼마켓 바보로 변신한 원류환(김수현)의 연기가 눈에 들어온다. 같은 동네에 허당 로커로 잠입한 리해랑(박기웅)과 원류환을 따르는 리해진(이현우), 이들을 키워낸 5446부대 김태원(손현주)의 하모니도 괜찮다.
하지만 깐깐한 웹툰 팬들을 죄다 만족시킬 만한 영화는 아닌 듯하다. 작품 속 캐릭터들이 원작의 매력을 100% 끌어내지 못했고 각색 없이 그대로 따온 스토리가 식상하다는 불만이 들린다. 초반에 확 몰아쳤다가 갈수록 김이 빠지는 전개가 걸린다. 방침 상 그랬겠지만 원작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온 점은 악수가 아니었나 싶다. 인정받은 이야기에 스타파워를 입힌 식상한 리메이크라는 일부 볼멘소리는 감수해야 할 듯하다.
팬들이 제기하는 이런 비판은 리메이크 작품의 숙명이다. 잘 만든 리메이크 작품은 원작을 뛰어넘었다는 호평을 얻지만 반대의 경우 팬들로부터 욕먹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아껴마지않는 원작을 훼손했을 때 느끼는 팬들의 분노는 엄청나다. 동명의 게임을 어정쩡하게 영화화한 ‘맥스페인’(2008)은 원작팬들에게 여전히 ‘망작’ 소리를 듣고 있다.
웹툰을 영화로 옮기는 것은 이미 영화계의 트렌드로 자리했다. ‘바보’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웃사람’ ‘26년’ ‘이끼’ ‘전설의 주먹’ 등이 대표적이다. 리메이크 작품들은 숙명처럼 원작의 인기에 편승했다는 비판과 새로운 각색이 돋보였다는 엇갈린 평가를 받는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해외에서도 주목 받은 장철수 감독의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과연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지 궁금하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