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브 논란 잠재우려 손에 불나도록 연습…"내년 아시안게임 金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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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선수 한송이. [사진=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 |
더군다나 성인 남자보다 최소 머리 한개 정도가 크고 손에서 시속 100km이상의 불꽃슛을 쏘아대는 배구선수는 평범한 한국 남성을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프로배구선수 한송이(29·GS칼텍스)는 '터프'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조용조용한 목소리, 점잖은 미소, 얌전한 몸짓 등 큰 키만 빼면 운동선수보다는 조선시대 양반댁 따님 이미지가 물씬 풍겼다.
이렇게 '키 큰 공주'같은 선수가 어떻게 국내 여자배구선수중 단 3명만 기록한 3000득점의 주인공이 됐을까 의아할 정도다.
지난 5월7일 저녁 친한 선후배 사이인 전 여자프로골퍼 조윤희가 용인 강남대에서 연습중이던 한송이 선수를 인근 카페에서 만나 솔직토크를 나눴다.
조 : 트위터 보니까 팬들이 피규어를 선물하던데 피규어 모으는게 취미야?
한 : 저 엄청 좋아해요(웃음) 숙소 방에 한가득이고 집에는 더 많아요.
조 : 건담 조립한 사진도 올렸던데 프라모델도 좋아해? 그거 남자들이 좋아하는 취미인데.
한 : 요즘은 여성 프라모델 마니아도 많아요 언니. 저는 건담이랑 레고 주로 해요. 주문한 건담이 도착해서 상자를 열면 '이걸 언제 다하나' 걱정돼도 오늘은 머리, 내일은 다리 이런식으로 모양을 만들어 가는게 은근 재미있어요. 자주 하다보니 실력도 늘어서 요즘엔 나노블럭에 도전하고 있어요(웃음)
조 : 시즌 끝나고 뭐하면서 지냈어?
한 : 부모님 모시고 제주도 효도여행 다녀왔어요. 그리고 후배들이랑 괌에서 쉬다 왔어요.
조 : 큰 키 때문에 해변에서 시선 많이 받았겠네.
한 : 음..아무래도 키가 크니까 잘 보이나 봐요. (웃음) 키큰 여자 몇명이서 수영복 입고 몰려다니다 보니 시선을 좀 받았어요. TV에서 저나 후배들을 본 적이 있는 한국분들은 "어, 어"이러면서 놀라세요. ㅎㅎㅎ
조 : 작년에 개그콘서트 '불편한 진실'에 출연해서 황현희와 엄청난 키 차이로 사람들 웃겼잖아. 개콘에는 어떻게 나가게 된거야?
한 : 올림픽 끝나고 연경이랑 TV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하게 됐어요. PD님이랑 식사를 하다가 '개그콘서트를 보고 싶다'고 하니까 직접 출연해 보는게 어떻겠냐며 연결해 주셨어요. 황현희씨 직접 보니까 정말 작았는데 키높이 신발을 벗으니까 더 작아지는거에요. 저희도 많이 놀랐어요(웃음)
조 : 개콘 무대에 서니 어때. 안떨렸어?
한 : 너무 재미있었어요. 전 내성적이라 좀 부끄러웠는데 연경이는 '나서는 성격'이라 잘하더라고요. 리허설때도 NG 안나고 한번에 통과됐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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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선수 한송이. [사진=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 |
한송이는 2012년 케이블TV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 프로그램에 김연경, 양효진, 한유미 등과 함께 출연해 예능감을 뽐냈다.
조 : 작년 올림픽 4강 진출 신화를 썼을때 활약이 대단했잖아. 특히 브라질과 이탈리아 등 중요한 경기에서 맹활약을 했는데 준비 많이 했
어?
한 : "우린 무조건 올림픽 간다"가 선수단의 목표였어요. 선수들 각오도 대단해서 진짜 열심히 연습했어요. 제가 국가대표 7~8년 했지만 이번에는 특히 열정이 있었고 선수단 분위기도 좋아서 성적이 잘 나온거 같아요.
한송이는 올림픽 본선 2차전인 2012년 8월2일 브라질전에서 공격성공률 42%, 리시브 성공률 77.8%, 16득점을 기록, 승리를 견인했다.
또 8강 길목에서 만난 세계랭킹 4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엄청난 서브리시브 성공률과 17득점을 기록해 이탈리아를 무너트렸다.
이 경기의 승리로 여자배구는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4강에 진출했다.
조 : 한때 '리시브를 잘 못하는 선수'라며 배구팬들사이에 찬반논란이 있었잖아. 그런 논란이 왜 나왔다고 생각해?
한 : 키가 큰 선수는 공격을 잘하고 작은 선수는 수비를 잘한다는 배구선수 키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좀 있는것 같아요. 리그 끝나고 보면 제가 리시브 순위 5위권 이내에 항상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이런 기록은 인정 안해주고 경기 중에 하나 실수하면 "거봐 거봐 한송이는 키가 커서 수비 못해"라고 단정해 버리세요.
조 : 리시브 논란때문에 마음고생 심했겠네
한 :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리시브때문에 욕을 먹어요(웃음). 전 공격수인데 리시브때문에 욕을 먹으니 사실 좀 억울하고 속상하죠. 저보다 리시브 못하는 선수도 있고 아예 안하는 선수도 있는데.
한송이는 리시브 논란에 대해 할말이 많지만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조 : 어떻게 리시브 문제를 해결했어?
한 : 욕 먹는게 속상해서 몇년간 엄청 열심히 연습했어요. 그러니까 확실히 좋아지는게 눈에 보였어요. 그래도 아직 부족해요. 더 연습해야죠.
조 : 벌써 12년차 베테랑 선수잖아. 경기하다 공격이 성공하면 모여서 후배에게 무슨 얘기해? 실패했을때는?
한 : 그냥 칭찬하거나 작전에 관한거 짧게 얘기 하는 정도예요. 저 신인때는 혼나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거 없어요. 전 긴머리도 24세 이후로 처음했어요. 그전에는 선수들끼리 암묵적인 규율이 있어서 무조건 단발이었어요. 요즘은 학생 선수일때부터 긴머리에 염색하고 다니고 그 상태로 프로팀에 들어와요. 요즘 신인들은 배구하기 좋은 시절에 운동한다니까요(웃음)
조 : 개인통산 3천 득점을 돌파했잖아. 배구선수 한송이의 꿈은 뭐야?
한 : 우선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게 꿈이에요. 우승을 한번밖에 못해봤는데 더 해보고 싶고 MVP도 욕심나요. 개인통산 4천점은 제가 1등으로 하고 싶은데 연주가 먼저 할거 같아요. 언니 저 욕심쟁이인가요?(웃음)
한송이는 지난 1월15일 도로공사전에서 16점을 올리며 개인 통산 3000점을 넘어섰다. 여자부 기록으로는 황연주와 정대영(GS 칼텍스)에 이은 세 번째 3000점 돌파다.
조 :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데
한 : 열심히 해서 GS칼텍스에 남고 싶어요. 몸관리 잘해서 여기서 오~래 선수로 뛸거에요(웃음)
조 : 결혼은 언제쯤?
한 : 엄마한테 내년까진 꼭 한다고 약속했어요(웃음). 남자친구 없이 지낸 시간이 꽤 오래됐거든요. 그동안 소개팅도 사양했는데 이젠 적극적으로 나가봐야죠. 제가 크니까 키는 180cm 정도 됐으면 좋겠고 자상하면서도 남자다운 분이면 감사하죠 뭐 ㅎㅎㅎ.
[뉴스핌 Newspim] 김인규 기자 (anol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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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선수 한송이. [사진=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