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다. 1998년 여름 어느 날 TV앞에 앉았던 한 소녀는 듣도 보도 못한 골프와 인연을 맺는다. 그것도 강원도 산골짜기(인제)에서.
당시 나라 전체가 IMF 구제금융으로 시름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던 초등학교 5학년 소녀는 TV에서 박세리가 US여자오픈을 우승하던 장면을 보게 된다.
‘박세리 키즈’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가 바로 지난 해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투어 상금랭킹 2위에 올랐던 이보미(25.정관장)다.
그는 2010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에서 대상, 상금왕, 다승왕, 최자타수상 등 4관왕을 차지했었다.
그런 그를 지난 달 30일 경기도 수원CC 연습장에서 만났다. 휴식을 위해 JLPGA투어 대회를 한 주 건너뛰고 일시 귀국한 그를 만났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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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뉴스핌=강소연 기자] |
연습장에 들어서자 그는 볼을 때리고 있었다. 인사만 나누고 방해가 될 것 같아 식당에서 연습을 지켜봤다. 역시 뮌지 모르지만 스윙과 구질이 달랐다. 식당 아주머니도 “오늘은 눈이 호강한다”며 “매일 이상하게 볼을 때리는 골퍼들만 보다 이보미를 보니 눈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골프입문은 힘들었다.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강원도 인제에는 골프연습장이 단 한 개 밖에 없었다. 시설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아버지(이석주) 손에 이끌려 연습장에 다녔다.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에 갔는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볼을 쳐보고 싶었어요. 재미로 시작했어요. 근데 주위에서 잘한다고 칭찬을 하니까 틈만 나면 연습장을 찾게 됐어요.”
그는 골프에 대해 전혀 몰랐으나 하루가 다르게 볼이 멀리 날아가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는 골프의 틀이 잡혀 가면서 고민이 생겼다. 최악의 골프 환경이 문제였다. 연습은 물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라운드를 위해서는 속초까지 가야 했다. 미시령(彌矢嶺)을 넘어야 했던 것. 그는 미시령을 넘을 때마다 각오를 다졌다. ‘끝까지 해보자’고.
그는 항상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다. 성격도 활달하고 털털하다. 하지만 고집은 세다. 그래서 고래힘줄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는 “골프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대회에도 나가고 싶었다”며 “하지만 대회에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죽어라 볼만 때렸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선수로 마치 잡초처럼 성장했다. 그것은 미시령만이 알고 있다. 그렇다보니 주목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또래(박세리 키즈)보다 늦었다. 다 환경 탓이었다. 프로데뷔도 또래보다 늦었다.
잘 나가는 선수들은 고등학교 때 프로 데뷔하고 프로대회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냈다. 최나연(26.SK텔레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이미 KLPGA투어에서 2승을 기록했다. 신지애(25.미래에셋)도 고등학교 1학년 때 프로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와 함께 거처를 수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믿었다.
“또래보다 늦었지만 차근차근 올라가기로 했어요. 그때 해야 할 것을 건너뛰면 꼭 후회할 것 같았어요. 또 좀 늦어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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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뉴스핌=강소연 기자] |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