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시장 개척 등 성과 속 공공기관 해제 불발 아쉬움
[뉴스핌=정경환 기자] 첫 민간 출신 한국거래소 수장이었던 김봉수 이사장이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기관과 주요 금융기관 수장들의 교체가 줄줄이 진행되는 가운데 김 이사장도 예외일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중도 사임으로 마무리됐지만 한국거래소의 위상 제고에 김 이사장은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6일 김봉수 이사장이 "그 동안 거래소에서의 소임을 다했고, 이제는 물러날 때가 됐다고 판단해 거래소 이사장직의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지난 2009년 회원사들의 투표를 통해 거래소 이사장에 선출된 후 작년 12월로 3년 임기를 마쳤으며, 1년 연임이 결정됐으나 5개월 만에 사임을 결정한 것.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김 이사장의 업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첫 손에 꼽았다.
김 이사장은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동유럽 등 증시가 태동하는 지역에 세계 최고 수준의 증시 인프라와 IT 시스템으로 평가받는 한국거래소 시스템을 수출하는 것에 힘을 쏟았다.
또 미국, 영국 그리고 독일 등 선진 증시와 시장연계 및 정보 교환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일본 동경증권거래소와도 2011년 12월 시장 간 연계거래에 관한 협약을 맺기도 했다. 중국 상해증권거래소, 대만증권거래소 그리고 터키 이스탄불증권거래소 등과 업무협력 및 정보교환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신흥 시장 개척은 그 성과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거래소는 2011년 1월에 라오스 증권시장을 개장했고, 지난해 4월에는 캄보디아에도 증권시장을 열었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베트남 호치민 증권거래소와 차세대 증권시장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관의 위상 제고와 새로운 수익원 발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나아가 한국거래소는 현재 한국형 증시 인프라 수출 사업에서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벨라루스 그리고 아제르바이잔과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모로코와 페루와는 협의를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 1~2년 내 가시적 성과가 예상되는 중동 진출까지 더하면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 한국거래소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예산집행 등에 있어서 민영기관보다 상대적으로 제약이 큰 공공기관이라는 굴레 속에서 이뤄낸 해외개척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증권사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했다.
'따듯한 자본시장'을 만들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김 이사장의 공으로 꼽힌다.
그는 별도의 사회공헌활동 기구인 2011년 KRX국민행복재단을 설립해 금융교육, 다문화가정 지원, 인재육성 사업 등 체계적으로 공익사업을 전개했다. 우선 600억원을 기본재산으로 출연했고 매년 직전 사업연도 당기순이익의 1%를 출연해 지원 역량을 키운다. 올해 안으로 기본재산을 1000억원까지 늘려 글로벌 공익재단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빛나는 성과 만큼이나 그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등 3개 기관이 통합한 한국거래소 조직의 특성상 인사 및 내부 조직 관리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숙원이었던 공공기관 해제도 이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증권사 대표이사 및 부회장을 지낸 김 이사장은 비상임이사 8명 중 2명을 같은 증권사 대표이사 또는 사외이사 출신으로 앉혔고, 사외 이사 한 자리를 특정 업체 출신에게 배정하다시피해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공시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혐으로 조사를 받던 한국거래소 직원이 자살하는 사태가 발생, 내부 단속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글로벌 거래소로 발돋움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여기며 2009년 지정 이후 줄기차게 추진해 온 공공기관 해제 건이 결국 불발에 그친 것도 김 이사장과 한국거래소 입장에선 못내 아쉬울 만하다.
한편 김 이사장의 사표는 오는 27일 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표 수리 후 한국거래소는 이사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 회원사의 투표를 통해 신임 이사장을 선출하게 된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