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정은 기자] '가치투자 전도사'로 불리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 현대차를 비롯한 대형주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 부진, 엔화 약세 등으로 대형주 주가가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반면 중소형주는 많이 올랐다는 판단에서다.
22일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이채원 부사장이 운용하는 대표 상품인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 1호'에서 편입비중이 가장 많은 종목은 삼성전자로 15.61%를 차지했다. KT, CJ, SK 등 대형주로 불리는 종목들도 편입비중 순위 2~4위에 이름을 올렸다.
눈에 띄는 것은 '현대차우'와 신형우선주인 '현대차2우B' 비중이 높아진 것. 이전에도 대형주를 조금씩 담기는 했지만 현대차는 엔저 피해를 가장 많이 본 업종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지난 2월 현대차우와 현대차2우B의 편입비중은 각각 2.43%, 2.30%로 총 4.73% 였다. 1월에 현대차2우B만이 2.4%로 편입비중 톱10에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2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밸류의 현대차 매입에 대해 "대형주도 가치투자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단순히 현대차 한 종목만 눈여겨보다 매입했다기 보다는 시각 자체를 대형주로 옮겼을 수 있다는 것.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밸류운용은 중소형주 중에서도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장기보유해 수익을 많이 내기로 유명하다"며 "만일 대형주도 가치투자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현대차 매입을 시작으로 점차 대형주 편입 비중을 늘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이채원 부사장은 "본격적으로 대형주에 시각을 돌린 것은 아니다"라며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갭이 줄면서 이제 오를 종목은 오르고, 내릴 종목은 내리는 장세로 진입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초 이후 대형주의 부진과 중소형주의 약진을 고려했을 때 가치투자의 대상을 중소형주로만 한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 때는 중소형주와 대형주의 비중을 9:1까지 유지한 적도 있었다"며 "앞으로는 점차 시장 비중에 맞춰 3:7까지 조절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 또한 현대차에 대해 지금이 저가매수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판단한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경우 올해 예상 PER(주가수익비율)은 5.9배, 한국시장 대비 상대 PER 수준은 70.2%로 30% 정도 할인돼 있다"며 "지금 상태가 큰 변동없이 유지된다면 영업실적 훼손 없이 주가 하락세가 가속됐다는 점에서 이미 악재가 반영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