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올들어 산업계 전반에 엔저현상이 화두로 급부상 하면서 석유화학업계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엔저 현상으로 인해 일본과 수출, 수입의 문제는 물론 글로벌 시장의 가격경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유화업계는 엔화 약세에 따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업종으로 꼽혀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기업과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B2B 사업이다보니 환율의 움직임이 실적에 나타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올 초부터 시작된 엔저 현상의 영향은 차츰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에서 수입을 하는 업체들은 화색이 도는 한편 수출을 하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적잖은 부담을 짊어지는 모양새다.
LG화학은 엔화 약세가 호재로 작용하는 대표적 화학기업으로 꼽힌다. 정보소재 부문에서 원재료인 편광필름(TAC필름)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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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필름 생산 과정. |
LG화학은 일본에서 연간 약 8000억원의 TAC 필름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환차익으로 인한 수익만 약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이유로 일본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울상이다. 엔화로 거래할 경우 엔저의 영향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SKC는 주력사업인 광학필름의 일본 수출에 대한 부담이 커진 기업 중 하나다. 필름 수출을 엔화로 하다 보니 원·엔 환율이 내려갈 때마다 손실을 본다.
SKC 관계자는 “엔화가 내려가면 수출 과정에서 소폭 손실을 본다”고 말했다.
당장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액수는 아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방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요즘 같은 때는 아쉬운 수치다. 이에 대해 SKC는 중국 필름공장 증설 등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도약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외에 당장 엔화 약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업체들도 장기적으로는 불이익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섬유분야에서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는 기업들은 엔화 약세를 예의주시 중이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해외 거래관계에 큰 영향이 없다”며 “다만 엔화 약세가 장기화 되면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는 섬유 원단, 원사 시장에서 불리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엔화 약세가 장기화 된다면 주요 석유화학업계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필름 및 섬유 제품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국내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업종 중 하나다.
필름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대량생산하는 B2B의 특성상 고객사가 일본 기업으로 쉽게 발주를 돌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엔저가 장기화 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한국 기업들이 악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이 형성하는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시장에 국내 업체가 도전하는 만큼 결국은 혁신과 효율로 승부해야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지만 이와 별도로 신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원가를 절감해 효율을 높이면서 대응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화학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태광산업과 효성 등은 일본 업계가 지배하고 있는 탄소 섬유시장에 뛰어들었고 SK이노베이션, 코오롱 등은 TAC필름의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일본 기업과 직접 경쟁에 나서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