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기아차 성장속도 조절한 면도 있어
[뉴스핌=김사헌 기자] 토요타 자동차가 강력한 분기 실적을 발표한 것과 대조적으로 현대 기아차의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오자, 외신을 통해 "한일 자동차 경주에서 일본이 추월했다"는 평가가 제출됐다.
지난 8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토요타 '캠리'가 앞서 한국 자동차기자협회에서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된 것은 현대차와 같은 국산차가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한국시장이었기 때문에 큰 놀라움을 안겨주었다는 일화와 함께, 이번 실적 변화에 대해 위와 같이 보도했다.
사실 캠리는 북미에서 16년 동안 무려 15차례나 승용차 부문 판매 1위를 기록, 전 세계시장에서 경쟁자가 없는 인기차. 하지만 한국에서 올해의 차가 된 것은 외국차 중에서는 처음이며, 특히 경쟁국인 일본차에 대한 한국기자들의 높은 평가가 이례적이란 지적을 받았다.
◆ 일본차, 환율에다 과거 비용절감 노력까지 가속효과 '톡톡'
※출처: 파이낸셜타임스 |
이와 대조적으로 토요타 등 일본 자동차업체는 엔화 약세에 힘입어 5년 만에 강력한 수익개선 추세를 드러냈는데, 환율 변화가 실적 개선의 배경이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통화약세는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또한 결산보고에서 해외 매출 등 실적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주게 된다.
신문은 또 환율 외에도 일본 기업은 과거 엔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부품을 통일하고 부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등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도 경주에서 이기는 비결 중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FT는 다만 한국 자동차 기업이 성장 속도를 줄인 것은 의도적인 면도 있다는 평가를 소개했다. 그 동안 일본 자동차를 따라 성장해 온 현대차가 지난 2010년 토요타의 막대한 리콜 사태 등 앞서 등장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품질 저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올해 브라질에서 공장을 세우는 것 외에는 추가 확장이나 신규 계획이 없다. 이에 대해 UBS의 분석가는 논리적으로 볼 때 이런 변화가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평가를 제기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 "엔저 따른 경쟁력 상승? 장기적으론 없는데.. 당장은!"
또 와세대대학 금융연구소의 노구치 유키오 교수는 길게 보아 엔화 약세는 일본 자동차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고 FT는 덧붙였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 자동차의 해외판매는 주로 해외 공장에서 제조된 차량이 차지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혜택은 없고, 이익의 본국 송금이 늘어난다는 이점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당연히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일본 기업에게 유리하다. 토요타는 세계 금융위기 발생 이후 연구개발비를 15% 삭감했는데, 올해는 이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를 10% 늘리기로 했다.
한편, 한국과 일본 자동차 격전지는 북미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 업체가 유리한 면이 있다고 FT는 노무라증권의 분석가 주장을 인용했다.
이 분석가는 일본 업체가 최근 몇 차례 가격인하를 단행하기는 했지만 브랜드가치 손상을 우려해 대규모 가격인하는 더이상 힘들다면서, 대신 추가장비를 무료로 장착해준다든가 딜러 판매수수료를 인상하는 식으로 고객을 유인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일본 자동차 기업의 북미시장 판매 차량이 현지에서 70% 정도 생산되는 것은 맞지만 부품을 일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환율은 분명히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