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대규모 현금을 보유한 애플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움직임을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배당부터 인수합병(M&A)까지 시장의 갖가지 관측에도 현금 투자처가 불투명한 가운데 자금을 추가 확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채권 발행을 위한 서류 및 보고서를 제출했다. 또 골드만 삭스는 주관사로 선정했다. 사실상 회사채 발행 수순에 돌입한 셈이다.
투자자들은 이미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발행 규모와 만기를 포함한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AAA 신용등급의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낮은 금리에 발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최근 주가 급락과 무관하게 애플 회사채를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이 꼬리를 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애플의 1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분기 순이익이 10여년 만에 처음 감소한 것. 애플은 앞으로 3년에 걸쳐 6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실시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애플의 회사채 발행 움직임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애플의 현금 보유 규모는 1450억달러로 추정되지만 미국에 예치된 현금 자산은 450억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 월가의 판단이다.
이는 애플이 밝힌 자사주 매입을 충당하기에 부족한 금액이며, 회사채 발행의 주요 목적이 이 부분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조사 업체 크레디트사이트는 애플이 앞으로 3년간 150억~200억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애플의 이 같은 움직임이 분기 실적 부진과 함께 향후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현금 자산의 주주 환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 월가 투자자들은 애플이 지난주 1000억달러 주주환원 계획 발표에 대해 애플의 비즈니스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애플은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등급을 평가받지 못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AA+로 평가했고, 무디스는 Aa1을 제시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