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현지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16일 공매도 세력들의 견제로 회사의 정상적인 사업이 불가능하다며 다국적 제약사에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주식시장 안팎에선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오너의 이같은 충격 발언에 공매도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점은 없는지, 서 회장의 또 다른 전략적 판단은 아닌지 등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은 상황.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기업은 5%, 코스닥기업은 거래량의 3% 이상의 공매도가 20일 이상 지속되면 공매도 금지를 신청할 수 있다.
서 회장에 따르면 2년 전부터 거래소에 공매도 세력에 대한 규제를 요청했지만 거래소는 이를 정상적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11년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공매도 금지기간을 제외한 432거래일 중 95.4%인 412일에 공매도가 발생했으며 이중 공매도 체결이 3% 이상인 날은 189(43.8%)에 달했지만 금융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서 회장의 주장이다.
전날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셀트리온 사태와 관련해 "공매도와 관련해 제도적 개선부분이 있는 지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
서 회장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코스닥 기업은 공매도를 원천적으로 금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공매도란 보유 주식이 없는 상황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것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되사는 매매기법이다.
예컨대 1만원짜리 주식을 공매도를 통해 매도후 주가가 하락한 시점에 사들이면 그만큼의 이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상승할 경우 손실이 발생한다.
공매도 제도 자체가 시장 견제기능과 적정가격 유지 기능 등 순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공매도 규모가 가장 많은 기업은 현대산업개발로 집계됐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누적 공매도 비중이 15.65%에 달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전날 종가기준으로 주가는 연초대비 3.1% 소폭 상승했다.
코스닥 기업 중에서는 셀트리온에 이어 다음(4.56%), OCI머티리얼즈(4.52%), 파라다이스(4.01%) 순이었다.
같은 기간 다음과 OCI머티리얼즈의 주가가 각각 6.5%, 15.2% 씩 하락한 것과 달리 파라다이스 주가는 26.6% 상승했다.
실적 등을 고려했을 때에도 코스닥기업이 유가기업 대비 공매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 셈이다.
실제로 셀트리온이 분식회계설, 서정진 회장 해외 도피설 등에 시달린 점을 고려했을 때 코스닥기업 입장에서는 공매도 방어가 쉽지는 않은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악성 루머등으로 악의적으로 주가를 하락시키려는 움직임에 코스닥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은 맞지만 공매도가 시장 안정성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한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며 "거래소 시스템 상 실시간 공매도 내역이 확인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공매도 자체를 단순 금지시키는 것은 거래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으며 금융시장 흐름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공매도는 서 회장이 주가를 고점으로 끌어올려 매각에 나서기 위한 작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지금까지 꾸준한 발전을 해온 것은 맞지만 미래성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며 "매각을 결정했다면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