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세계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을 이끄는,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벤 버냉키 의장 후임은 누가될까.
버냉키 의장은 지난 20일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다고 밝혔는데, 이 자리에서는 내년 초에 임기가 만료되는 버냉키 의장의 거취가 거론되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버냉키 의장은 내년 1월 31일 임기가 만료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밝힌 적이 없다. 이전 그의 동료들은 8년간 연준의 역사상 가장 험난했던 시기를 지낸 상황에서 다시 임기를 연장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을 것으로 본다.
버냉키 의장은 자신의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의 출구전략까지 관장하기를 바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연준의 출구전략을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이 자신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에 금융위기가 여전히 극성일 때에는 공화당원인 버냉키를 재임명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다시 그를 다시 쓸 이유가 줄었다.
버냉키 의장이 물러난다고 할 때 가장 유력한 차기 의장 후보군에는 현재 부의장인 자넷 옐런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그는 부의장의 위치나 그 동안 중앙은행가로서의 경험, 경제전문가로서의 자질은 물론 민주당원이란 점까지 모든 면에서 골고루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옐런 부의장은 1990년대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결정에 줄곧 참여해왔으며, 뛰어난 거시경제학적 성취를 가졌고 버냉키 의장의 완화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해왔다. 또 그는 FOMC 내에서 가장 강력한 온건파에 속해, 일시적으로 인플레 압력이 안정목표를 상회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로금리 정책을 지속해 실업률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보통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강경파'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몇몇은 옐런 부의장이 물가 압력이 빠르게 높아지는 데도 긴축정책 도입이 늦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미국 경제에서 물가상승 보다는 실업률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점에서 옐런의 '온건함'은 용인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또 버냉키 의장이 만들어 놓은 정책의 투명성이란 틀 내에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2% 장기 물가안정 목표는 사수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그 외 후보군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했고, 오마바 1기의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은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학 교수가 또다른 유력 후보다. 서머스 교수는 반대파이든 지지파이든 경제학자로서나 정책결정자로서 자질이 가장 뛰어난 사람으로 꼽는다. 다만 그의 논쟁을 좋아하는 싸움꾼 기질은 FOMC처럼 에고가 강하고 컨센서스를 통해 운용되는 곳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인정된다.
또다른 유력 후보로는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직을 거쳐 오바마 1기의 재무장관을 지낸 티모시 가이트너다. 가이트너는 경제학박사는 아니지만, 중앙은행 정책과 경제정책 그리고 금융감독 경력이 깊다. 국내와 국외에서 모두 신임받는 인물인 그이지만, 공화당에서는 금융권 구제 과정에서 그가 한 역할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이트너 스스로 연준 의장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외 후보군에는 연준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버냉키 현 의장과 자리를 놓고 경쟁하다 부의장직에서 물러난 도널드 콘 외에 역시 연준 부의장직을 지낸 로저 퍼거슨, 앨런 블라인더가 거론된다. 이스라엘중앙은행 총재이면서 버냉키 의장의 박사논문을 지도한 것으로 알려진 스탠리 피셔와 연준 이사인 제레미 스타인, 오바마의 경제자문위원장인 앨런 크루거 등도 후보군에 속한다. 이들은 나이가 너무 많거나 오바마와의 커넥션이 부족하기 때문에 유력 후보군에는 포함되지 못하지만,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유력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출처: Economist |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