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상품도 애플처럼 '혁신'이 필요
[뉴스핌=이에라 기자] # 국내 한 증권사는 기존 상품 구조를 일부 보완해 새로운 형태의 스텝다운형 주가연계증권(ELS)를 만들었다. 이 증권사는 '업계 최초'란 타이틀을 내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금융투자협회에 신상품 배타적 사용권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협회는 심사 기준에 미달한다며 이를 기각했다.
2010년 3개, 2011년 4개, 2012년 6개.
지난 3년간 금융투자협회가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의 신상품 숫자다.
지난 2001년 초 독창적인 신상품 개발 촉진을 위해 배타적 사용권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시 10여년이 지난 현재 협회에서 인정한 창의성 있는 상품은 여전히 한자리수에 불과하다.
◆ 눈에 띄는 독창적 新상품이 없어
배타적 사용권이란 증권 및 운용사가 개발한 신상품을 일정 기간 동안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다. 배타적 사용권이 인정되는 기간 중에는 이를 부여받은 금융투자회사 외의 금융투자회사는 배타적 사용권이 부여된 상품 또는 서비스와 같거나 비슷한 상품 또는 서비스를 판매할 수 없다.
협회 내 신상품심의위원회는 기존 국내외 상품 또는 서비스와 비교해 독창성, 고객의 편익제고, 상품 또는 서비스 개발에 투입된 인적·물적 자원 투입 정도를 고려, 배타적 사용권 부여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창의적인 상품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은 신상품은 크게 늘어나고 있지 않다. 더구나 지난 2009년 협회 출범 이후 6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이 부여된 신상품은 단 하나도 없었다. 지난 2010년 이후 배타적 사용권 부여 기간이 가장 길었던 신상품은 한국투자증권의 '세이프존 스텝다운 ELS'로 고작 4개월이었다.
금융투자협회 약관심사실 관계자는 "신상품이긴 한데 크게 독창적인 상품이 많지 않다고 판단했다" 며 "기존의 상품 또는 서비스에 일반적인 기술을 더하거나 둘 이상의 기존 상품 또는 서비스를 단순결합하는 등의 상품일 경우에도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상품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이 부여됐을 경우 일정 기간 독점 판매로 메리트가 있다는 데는 동의했다. 그러나 차별성을 강조할 만큼 창의적인 상품은 이미 대부분 출시된 데다 지나친 독창성은 오히려 대중성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이 대부분 3~4개월 정도에 불과하다"며 "신상품 독점 판매에 대한 큰 보호력을 갖고 있는 것보다 홍보 정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은 상품들 대중성이나 실용성이 떨어지는 것도 일부 있다"며 "너무 차별화에 집중하다 보니 상품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ELS, ETF 같은 상품에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는데 실제 그 상품에 대해 큰 차별성을 못 느끼겠다는 시각도 있다"며 "상품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약간의 구조를 바꾸는 수준에 그쳐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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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금융투자협회> |
◆ ETF 대부분 국내주식형‥당국 "상품 다양화시킬 것"
몇년새 급성장한 ETF 시장에서도 상품 다양성에 대한 문제는 이미 지적된 바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는 137개다. 이 가운데 92개 종목이 국내주식형 ETF에 집중되어 있고 채권형 14개로 뒤를 이었다. 해외주식 및 파생상품형은 각각 10종목으로 대부분의 상품이 국내 주식에 기반해 상품 구성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ETF 시장에 진출하는 후발 주자들은 기존 상장된 상품들과 유사한 종목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보수인하 등 가격경쟁력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보다 상품 개발 노력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금융 당국은 ETF 상품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ETF를 상장할 때 추종지수, 상품구조, 주요 수요기반 등을 심사해 기존 ETF와 차별성이 없는 상품 등의 상장을 제한해 유사 ETF 난립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또한 주식 및 채권 등을 편입하는 전통적인 ETF와 달리 장외스왑거래 등을 활용해 지수를 복제하고 추종하는 합성 ETF가 상반기 내 도입될 예정이다.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합성 ETF 도입을 통해 국내 주식에 편중된 ETF시장에 다양한 기초자산의 ETF 상품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제도 개선으로 그간 부족했던 해외·상품지수를 기초로 하는 다양한 ETF가 도입, ETF 시장 저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규제도 문제지만 노력이 선행되어야‥혁신 필수적"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금융상품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로 규제를 꼽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각종 파생상품에 가한 제재들이 다양한 상품 출시를 막고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상품 마케팅 담당자는 "금융당국은 상품의 다양성을 강조하면서도 파생상품의 경우 우선적으로 막아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이 커져야 신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나오고 하는데 규제가 커지다보니 투자자 관심도 함께 떨어져버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규제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규제보다는 상품 개발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금융상품을 차별화시키고 판매 타이밍을 잡는 것이 쉽지 않는 데다 상품 아이디어 역시 눈에 띄는 것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애플이 일으킨 모바일 혁명이 금융상품에서도 나타나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혁신을 통해 독창성과 창의성을 갖춘 상품 탄생을 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엽 하나대투증권 상품개발부장은 "차별화된 상품이 나오긴 어려울 수 있어도 차별화된 시스템과 로직 시스템 등은 있을 수 있다"며 "각자 회사만의 노하우를 갖고 시스템화시키거나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어 "소비자의 니즈가 하나의 상품 갖고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복합 상품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금융상품들도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 스마트폰 '아이폰'처럼 진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지헌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상품을 혁신적으로 개발하거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틈새를 노리면서 변화를 추구하서 수익 구조에서도 트렌들의 변화를 꾀할 때가 됐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