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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국제칼럼]차베스와 분배, 그리고 포퓰리즘

기사입력 : 2013년03월07일 14:39

최종수정 : 2013년03월07일 14:45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58세의 나이로 지난 5일(현지시간) 세상을 떴다.

차베스라고 하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고집 센 인상과 빨간 베레모, 미국을 향해 날렸던 고약한 돌직구들을 먼저 떠올릴 것 같다. 반미(反美)는 물론 차베스의 아이덴티티 중 중요한 부분이며,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악마(Devil)'로 지칭하는 등 상식 밖의 '센' 발언이나 행동으로 미국을 공격한 건 사실이다. .

두 딸과 함께 대중앞에 나선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출처=텔레그래프)
14년이란 긴 통치기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빈자들의 대통령'으로 숭앙받기도 했지만 자신이 개정한 법을 고치고 또 고쳐 3선, 4선에 나섰고 성공했다. 죽지만 않았으면 오는 2019년까지 무려 20년간 1인자 자리를 지키려 했으니 권력에 대한 집착이 애처로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체 게바라와 혁명이 패션 아이콘이 되어버린 것처럼 일부에선 반미 아이콘으로만 그를 '활용'하는 것 같아,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안타깝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며 집권 초기 자신의 월급도 내주고 전용기도 팔고, 심지어 외국 자본에 국부를 내어줄 수 없다며 최대 석유기업 PDVSA를 국유화했던 그의 모습에선 지긋지긋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던, 그래서 "잘 살아보자"고 외쳤던 과거 우리나라 한 대통령의 모습도 교차된다. 이렇게 집권한 대통령 하에서 우리 경제가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것처럼 차베스의 성과도 없지 않았다.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는 달리 차베스는 미국에 자립적이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준 측면도 있다. 외국 자본과 일부 계층에게만 수혜를 줬던 오일머니를 빈곤층에게 쏟아부은 점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석유 수출로 번 돈이 빈곤퇴치와 교육, 건강 등 복지에 널리 쓰이면서 극빈층은 절반으로 줄었다. 영아 사망률이나 영양실조로 죽는 사람들의 수는 급감했다. 집 없는 사람들도 줄었다. 

베네수엘라의 지니계수는 2011년 기준으로 0.39에 불과하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 수록 소득격차가 적은 것인데 사상 최저라는 브라질의 지니계수가 0.52이니 베네수엘라의 소득분배는 수치상으로는 매우 공평하다. 다만 서구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자유로운 경제 활동은 기회비용으로 포기됐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뒤 카라카스 볼리바르 광장에서 한 남자가 이를 애도하고 있다(출처=CNN)
이런 과감한 분배 정책이 높은 지지율로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엔 차베스의 검은 얼굴색이나 가난했던 출신성분도 한 몫 했다. 차베스 이전 베네수엘라의 지배계층은 10~20% 밖에 안되는 백인이었다. 그러나 대다수인 원주민처럼 그의 얼굴색은 검은 편이고 정부 곳간까지 열어 돕겠다고 하니 심정적 지지가 몰리는 건 당연했다. 

차베스는 과오가 어쩌면 더 많은 사람이기도 했다. 서민들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명분으로 언론을 장악해 버린 건 교각살우였다. 언론은 그의 권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돼 버렸다. 일요일마다 방영한 TV 프로그램 '안녕하세요, 대통령(Alo President)'을 통해 차베스는 몇 시간이고 자신의 주장을 역설했고, 소셜 미디어에 부정적이었던 입장을 후에 바꿨지만 그건 트위터 팔로워들을 관리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비판에 과도하게 민감했고 권위적이었던 그는 의회도 자신의 지지자들로 채워 장악했고 견제와 균형이란 서구 민주주의의 덕목은 베네수엘라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PDVSA 노조가 파업하자 당장 1만90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해고해 버리기도 했다. 

물가는 잡지 못했다. 인플레이션율이 20%대를 맴돌고 있고 실업률이 높아 사회 불안은 여전하다. 돈을 적게 받는 경찰들은 무기력해 차베스 집권 기간 동안 살인율은 급등했다. '석유 천수답'인 경제 구조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유가가 계속 오른다면 모르겠지만 유가가 급락할 경우 경제도 같이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또 쿠바를 비롯한 카리브해 국가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석유를 공급하는 '석유 외교'를 통해 구축했던 '반미벨트'의 중심자적 역할도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역사와 전통이 다른 베네수엘라와 우리나라를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분배에 대한 욕구가 팽배해져 있는 지금의 우리나라에 생각할 점은 분명 던져준다. 특히 지난 대선을 뜨겁게 달군 경제 민주화란 이슈가 사그러들고 있어 보이는 요즘이라 더욱 그렇다. 

전체적으로 살 만해졌지만 소득격차, 빈부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과거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됐던 교육 분야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고착화하고 있다고 한다. 외제차 몰고 면접하러 오는 이가 대기업 신입사원으로도 뽑히지, 개천에서 나는 용은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나눠갖자'는 주장은 곧 대중영합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가진 것'을 악(惡)으로 본다는 점에서 위험한 시각으로도 평가된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이 기반이 되는 한 부(富)는 자가증식할 수밖에 없고 인위적인 나눔이 필요하다. 여기에 정부의 역할도 있다.

국내대학의 한 중남미학 교수는 "서구식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빈민을 위하는데 돈을 퍼붓는 것이 포퓰리즘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중남미식 사회민주주의, 중남미식 복지주의의 단면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엄청난 재정적자를 내면서까지 퍼주기 정책을 펴는 것만 아니라면 분배와 빈곤 해소에 힘쓴 부분을 꼭 정치적인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베네수엘라도 이런 분배 정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5%대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으니 무리가 없었지만 세계은행은 올해 베네수엘라 경제가 1.8% 성장하는데 불과하고 내년엔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차베스의 공약 중 하나가 2018년까지 30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재정지출을 막대하게 늘릴 수밖에 없는 계획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재정지출이 선거 때문에 30%나 늘었다고 밝혔고, 리서치사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9%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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