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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경제민주화 후퇴…대기업 '입김' 반영됐나

기사입력 : 2013년02월21일 17:07

최종수정 : 2013년02월21일 18:10

-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찔끔' 도입

- '재벌 견제수단'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빠져
- 지배주주 불법행위 제재 강화 '배임'은 제외
-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실효성 강화는 바람직

[뉴스핌=최영수 기자]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과정에서 발표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 크게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1일 새정부의 5대 국정목표와 14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이라는 전략 아래 ▲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 ▲ 소비자 권익보호 ▲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집행 체계 개선 ▲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사익편취행위 근절 ▲ 기업지배구조 개선 ▲ 금융서비스의 공정경쟁 기반 구축 등 6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제시했던 공약을 대부분 폭넓게 반영했지만, 제도개선의 강도나 범위가 미흡하거나 구체성이 떨어지는 과제도 상당수 보인다.

▲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인수위원들이 박근혜 정부 국정비전 및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인수위 사진기자단>

 

◆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최소화'

우선 공정거래법 개선과 관련해서는 하도급법상 ▲부당 단가인하 ▲부당한 발주 취소 ▲부당반품 등 3개 불공정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우선 도입하고, 점차 도입범위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배상액 상한선은 하도급법 규정 및 외국의 사례를 고려해 '3배'로 규정했다.

집단소송제는 공정거래법상 담합 및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우선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판결의 효력범위와 관련해서는 명시적인 제외신청을 하지 않은 모든 피해자에게 효력이 미치는 'Opt-out(제외신청형) 방식'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사인의 금지청구제'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전체에 대해 도입하고, 금지명령 외에도 예방적 금지명령도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전속고발제 폐지는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고발 요청권을 중소기업청장과 감사원장, 조달청장에게도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대선 당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공정거래법 전반에 걸쳐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것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만 우선 도입되는 것이어서 생색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과 비교하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범위가 크게 후퇴된 것"이라면서 "공정거래법 전반에 걸쳐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 재벌정책 공약 핵심은 빠져…재계 '입김' 반영

재벌정책과 관련해서도 대선 당시 제시한 대부분의 공약을 국정과제로 담았지만, 재벌 오너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핵심내용은 일부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재벌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 제재 강화와 부당이익 환수는 대선 공약과 다름없고, 대기업 지배주주 및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엄격한 사면권 적용과 회계부정 행위 등 기업비리에 대한 처벌 강화도 공약을 그대로 반영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대기업집단 계열회사 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의 자발적·점진적 해소를 유도하기 위해 공시의무를 부과한 것도 공약대로 반영됐다. 또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일정요건 충족시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다중대표소송제 단계적 도입'을 국정과제에서 제외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대기업 지배주주의 독단을 견제하고 일반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배주주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제 강화에서 횡령, 사면권 상신, 회계부정행위 등을 포함하면서 '배임'을 제외시킨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배임 행위는 재벌기업 오너들이 기업을 사유화하는 수단으로 가장 많이 악용하고 있는 수단 중의 하나기 때문이다. 결국 인수위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재벌기업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요소들이 일부 제외돼 재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위 연구위원은 "지배주주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횡령 못지않게 배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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