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채권시장의 자금이 장기물에서 단기물로 극심한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거시 경제 회복 신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 상승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이 점차 높아진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정책금리는 여전히 제로 수준이지만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위험자산으로 유동성 이전을 재촉하는 한편 비전통적인 유동성 과잉이 종료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채권 펀드매니저와 트레이더는 장기물 비중을 줄이고 단기물로 갈아타는 데 잰걸음을 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리스크로부터 포트폴리오를 헤지하겠다는 움직임이다.
금융 서비스 업체인 SJS 그룹의 아니타 야다브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들어 단기물 국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 금리와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단기물로 자금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며 “특히 헤지펀드를 포함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투자자들이 금리 상승 리스크를 헤지하는 데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장기 투자에 주력하는 기관투자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최근 글로벌 채권 펀드와 토탈 리턴 펀드의 채권 포트폴리오 듀레이션을 상당폭 떨어뜨렸다.
시장금리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템플턴 측은 밝혔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향후 18~24개월 이내에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일단 예상보다 큰 폭으로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대처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템플턴은 이 같은 잠재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채권 포트폴리오의 듀레이션을 2년으로 떨어뜨렸다.
UTI 인터내셔널의 바이럴 부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선진국 뿐 아니라 일부 아시아 시장 역시 국채 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가운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상승하고 있어 국채 뿐 아니라 전반적인 안전자산에서 자금 유출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앙은행이 당장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물 채권 수익률은 상승하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은 여기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