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지난 2012년은 업계 11위 한화건설에겐 의미가 깊은 한 해였다. 그동안 '재벌 그룹 계열사'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평이한 사업만을 추진해 온 한화건설이 비로소 무한경쟁 시장에서도 우뚝 선 해가 바로 지난해였다.
그룹 김승연 회장을 필두로 김현중, 이근포 두 대표이사가 모두 총동원돼 2년 동안 추진했던 이라크 비스마야신도시 개발사업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ational Investment Commission)가 발주한 이번 프로젝트는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 1830ha(550만평) 부지에 도로와 상·하수관로를 포함한 분당급 규모 신도시 조성과 10만 가구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7년 동안 설계·조달·시공을 한 회사가 모두 진행하는 디자인 빌드(Design Build)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공사대금은 77.5억달러(한화 약 8조4200억원)다. 물가상승을 반영한 공사금액 증액(Escalation)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실제 공사대금은 총 80억달러(한화 약 8조9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은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진출사(史)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대형 이벤트로 꼽힌다. 세계 어느 건설강국에 비해서도 우리나라가 1등임을 자신하는 신도시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수출한 첫사업이라는 점이다. 이는 해외건설에서 '신참'인 한화건설을 새로운 강자로 부상시킬 수 있는 충분조건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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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이 수주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사업은 올해만 100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이라크 재건사업의 주춧돌이 될 전망이다 |
◆비스마야신도시, 한화건설 위상 바꾼다
한화건설은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건설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올 3월 이라크 현지 베이스캠프에 2400여명의 인력을 배치하고 신도시건설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화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이라크 정부로부터 공사 선수금이 들어오자 곧바로 1000명의 고졸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한화건설 신완철 상무는 "한화건설인이라면 누구나 이라크 비스마야신도시를 밟아보게 될 것"이라며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한화건설은 물론 국내 신도시 사업 수출에도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스마야신도시는 대형 사업인 만큼 국내 협력업체에게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는 일개 플랜트 사업 수주와는 차별화된 사업규모 때문이다. 7년에 걸쳐 진행될 이번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중소 협력사와 인력이 지속적으로 중동에 동반 진출하게 된다.
이는 제2의 '중동 붐'을 이끌 계기가 되며 더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성공적인 동반성장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연인원 55만명이 넘는 일자리가 창출돼 경제위기 극복의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한화건설은 내다보고 있다.
한화건설은 이번 수주를 기반으로 추가 발주가 예정된 도심지 인프라시설공사 수주에서도 상대적 우위를 기대하며 전문조직을 구축하고 영업망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한화건설은 플랜트사업의 집행 프로세스와 조직망을 개선해 중동지역 대형 수주 참여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발전 및 화공 EPC(구매, 조달, 시공 일괄시행)플랜트 기반의 해외 핵심사업 분야에서 ‘1st tier(퍼스티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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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람코가 발주한 자잔(Jazan)정유 및 터미널 프로젝트 중 14번 패키지. 한화건설은 에너지사업을 그룹차원의 신성장동력으로 꼽았다 |
◆플랜트의 신강자, 신선장동력은 에너지
지난 2007년 3000억원의 해외 수주고를 올리며 해외 시장에 본격 뛰어든 한화건설은 해외건설에서는 '신참'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실 경쟁력을 충분히 갖고 있는 건설업체로 업계에 정평이 나있다.
그룹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플랜트 경쟁력 때문. 한화건설은 자타가 공인하는 플랜트의 '숨은 강자'다. 여천NCC, 한화케미칼 산업단지 등 국내 플랜트 공사에서 축척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동지역의 발전 및 화공 EPC(일괄 공급) 플랜트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현재 사우디 마라픽 발전 플랜트, 쿠웨이트 정유 플랜트 공사 등을 하며 해외수주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 건축·토목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한화건설은 세계 최대 규모 필리핀 실내 돔 경기장 공사 등을 진행중이다.
신도시 건설공사 수주로 인한 기반시설 공사에서도 경쟁력을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건설은 신도시 공사 수주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소, 정유공장, 태양광, 신도시 등 100억달러(한화 약10조8000억원) 규모의 이라크 추가재건사업 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특히 태양광 사업분야에 집중할 예정이다. 한화건설은 21세기 해외시장을 선도할 신성장 동력으로 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 분야를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분야를 선정했다.
원자력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력산업 안전기술 기준(KEPIC) 인증 획득, 해외원전시공을 위한 ASME인증 획득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한화건설 이근포 대표이사는 "한화건설은 2015년까지 매년 25%의 해외성장률을 유지하며 해외매출 비중을 6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더 넓은 세계에서 더 많은 고객을 위해 일하는 진정한 글로벌 톱 플레이어(Global Top Player)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