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정치 리스크의 진원지인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시장이 하락한 반면 미국 국채가 상승 탄력을 받았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최근 미국 국채 수익률의 가파른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4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6bp 급락한 1.96%를 나타냈다. 30년물 수익률 역시 5bp 떨어진 3.17%를 기록했다.
2년물 수익률이 1bp 하락했고, 5년물 수익률도 4bp 내렸다.
최근 2%를 강하게 돌파하며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진입할 조짐을 보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외부 정치권 리스크로 인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저스틴 레더러 채권 전략가는 “전형적인 ‘리스크-오프’ 트레이딩이 펼쳐졌다”며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잠재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제지표도 부진했다. 12월 공장 주문이 1.8%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2.3%에 못 미쳤다. 이는 앞서 발표된 고용지표 부진과 함께 안전자산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RBS의 윌리엄 오도넬 채권 전략가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초점은 여전히 고용에 있고, 연준이 보기에 고용이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며 “국채 수익률이 최근 상승하고 있지만 1994년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낮은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유로존에서는 이달 이탈리아의 총선 결과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면서 투자심리가 흔들리는 데다 스페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연초 이후 두드러졌던 ‘리스크-온’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3bp 폭등한 5.44%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12월17일 이후 최고치다.
이탈리아 10년물 수익률 역시 15bp 오른 4.48%에 거래됐다. 장중 수익률은 4.89%까지 오르며 지난해 말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코메르츠방크의 마이클 리스터 채권 전략가는 “유로존 부채위기가 크게 꺾인 것으로 보였으나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라며 “특히 스페인의 정치 스캔들은 그 파장이 예상보다 크게 확산될 수 있어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스페인이 총선을 다시 갖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라호이 총리는 즉각 불법 정치자금 수수설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민심과 투심을 진정시키는 데 역부족이었다.
모간 스탠리는 지난 1월 유로존 주변국 국채시장이 황소장을 연출했지만 2월 분위기는 사뭇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채위기 진정에서 정치권으로 옮겨지면서 경계심이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도이체방크의 프란시스 야레드 채권 전략가 역시 “국채시장의 초점이 정치 리스크로 급속히 이전되고 있다”며 “주변국 국채가 강세 흐름을 지속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날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5bp 하락한 1.62%에 거래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