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새해 들어 외환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면서 환율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이래 부각됐던 미국의 재정절벽 우려가 다소 완화되고 유로존 등 선진국 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환율이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새해 들어 일본의 아베 신조 새 내각이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대폭 올리고 무제한 돈풀기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겠다고 하자 환율의 하락 압력이 커졌다.
지난해 유로존과 미국을 위시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한 무제한 돈풀기,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에 나서면서 신흥국으로 해외자본이 유입되는 여건이 조성됐다.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경기가 나은 신흥국으로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신흥국으로서는 예상보다 해외자금 유입이 커지면서 통화강세라는 새로운 부담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일본이 새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양적완화 정책에 나서겠다고 천명하자 국제금융시장의 판도가 재편되고 엔화 약세가 촉발되면서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 외국인 매매 주목
국내의 경우에도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150원선에서 1070원대로 7.6% 가량 하락하며 OECD 국가 중에서 두 번째의 절상률을 보였고, 엔/원 환율은 17%나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 추세는 지난해 6월 이래 진행되기 시작해 지난해 하반기에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였으며, 새해 들어서 부쩍 수출경쟁력과 채산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자본시장의 측면에서 보면 외국인들의 주식 매매가 새해 들어 순매도 기조로 바뀌면서 투자자금의 해외유출에 대한 변화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1일 1054원대까지 급락했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2주간에 걸여 1160원대를 다지더니 지난주말 1170원으로 반등했다가 28일 1190원대까지 치솟았다.
지난주 전일대비 하루 5원선으로 변동성이 커졌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20원이나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급등 수준을 넘어 폭등세를 보인 것은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작용한 가운데 환율 하락을 염두에 두고 매도포지션을 쌓았던 시장거래자들이 급히 손절매수(Sohor covering)을 단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는 세계적인 펀드운용업체인 뱅가드의 운용기준 변화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받았던 유럽계 은행들의 조기상환 등이 맞물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사흘간 1조2000억원 이상 순매도를 한 데다 유럽계 단기 투자자금의 이탈이 우려되면서 달러 매수세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 재정부 외환시장 예의주시, 환율변동성 완화 정책 지속
정부는 연초 이래 환율 하락을 우려하면서 환율변동성을 축소하는 데 초점을 두면서 환위험변동성에 노출이 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정책자금 지원 등 대응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또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경우에 대비해 단기적으로 은행들의 선물환포지션 축소와 함께 포지션 보고 등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중장기적인 건전성 강화대책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비추고 있다.
여기에 오는 2월중 러시아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 등을 통해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의 무분별한 도입으로 신흥국의 자금유입과 환율전쟁 우려에 대한 완화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환율이 폭등세로 뒤바뀌는 등 외환시장 상황이 급변하자 시장 상황을 좀더 면밀하게 주시하겠다는 입장으로 호흡을 조절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환시장이 지난주부터 다시 바뀌고 있다”며 “환율이 갑자기 급등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상황을 좀더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환율하락에 대비해 외환시장 3종 세트 등 관련 방안을 검토하면서 시장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환율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기조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환율 하락에 대해서는 대기업들보다는 중소기업들이 더 어려워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환율하락이 지속될 경우 환율하락을 감내할 여력이 적은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