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강자' 넘어 중남미 시장 엿본다..지역, 공종다변화 전략
[뉴스핌=이동훈 기자] 우리나라 해외건설 역사를 처음 쓴 현대건설이 시장을 다변화해 해외시장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다. 1970년대부터 이어온 '중동 강자'를 넘어 이제 중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도 현대건설의 '수주밭'으로 가꾼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최근 들어 중남미에서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칠레, 브라질 건설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차세대 시장으로 불리는 아프리카에서도 알제리,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등으로 해외시장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경영조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집중하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중남미지역으로 진출은 우리나라 해외건설 진출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이들 지역은 국내외 경쟁사들의 진입이 본격화되지 않은 곳이다. 해외건설 '리딩 컴퍼니'를 자칭하는 현대건설이 전인미답의 시장에 첫발걸음을 떼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대건설의 신시장 개척은 빠른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0년 콜롬비아 지사 및 2011년 중국 지사 설립에 이어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지사(1월)와 함께 베네수엘라 지사(3월)를 각각 설립했다. 현대건설은 지역 요충지에 지사를 설립해 시장을 선점하고 건설공사 수주기회를 넓혀가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건설이 신시장 개척과 함께 힘쓰고 있는 것이 공종 다각화다. 중장기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4대 핵심분야를 내세워 해외수주 '첨병'으로 활용한다는 게 현대건설의 복안이다.
현대건설은 우선 토목분야에서는 해양·항만사업, 건축분야는 복합개발사업을 핵심상품으로 정했다. 또 플랜트분야에서는 오일 앤 가스, 전력사업은 순환유동층 석탄화력발전소에 각각 주력키로 했다.
이를 중심으로 사업 수주는 물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한 '캐시카우'(수익 창출원) 육성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장 권오식 전무는 "현대건설은 토목환경, 건축, 플랜트, 전력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고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불확실한 건설시장에서 상호 보완을 이들 네 분야를 모두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발전과 토목 등 인프라 관련 부문의 실적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정유·가스·석유화학·제련 등 다양한 플랜트 공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신시장 개척 및 수주지역 다변화 노력은 이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1년 말 미화 약 2억5000만달러(한화 2600억원)규모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발전소 증설공사를 수주해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지난해 2월에는 미화 3억5000만달러(한화 3670억원) 규모 콜롬비아 베요 하수처리장 공사를 수주해 중남미 건설시장 재진출에 성공했다. 현대건설이 중남미 지역에서 수행한 공사는 지난 2003년 완공한 브라질의 포르토 벨호(Porto Velho) 복합화력발전소가 유일하다.
현대건설의 콜롬비아 베요 하수처리장 공사 수주는 중남미 시장 재진입을 본격 예고했다 |
6월에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에서 발주한 미화 29억9500만달러(한화 3조1400억원)규모의 푸에르토라크루스(Puerto La Cruz) 정유공장 확장 및 설비개선 공사를 수주했다. 이 공사 수주로 현대건설은 중남미 건설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베네수엘라 및 여타 중남미 국가에서 발주 예정인 유사 공사 수주에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아울러 석유화학 분야에 비해 진출이 적었던 정유플랜트 공사를 수주해 공종 다변화도 성공적으로 일궈내기 시작했다. 향후 이라크나 쿠웨이트 지역의 정유공장 공사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이다.
또한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 대우인터내셔널과 함께 지난해 11월 25일 알제리에서 10억 6000만달러(한화 1조1000억원)규모 1200MW 복합 화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공사 수주는 그동안 불모지에 가까운 북아프리카 불어권 전력시장을 집중 공략한 결과 얻어낸 성과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는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현대건설은 코트디부아르 발전소 수주에 이어 북아프리카 최대시장인 알제리에서 두 번째 수주를 이뤄 아프리카 신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또한 미얀마 개방 이후 처음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현대건설을 비롯한 서부발전, 하나대투증권, BKB 등으로 이뤄진 한국 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4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미얀마 전력부와 가스복합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23년간 이어진 미국의 경제 제재 조치가 올해 초 풀린 후 미얀마 정부가 처음 발주한 SOC 개발 프로젝트에 현대건설이 참여하는 것이다.
미얀마 SOC 개발 사업은 미얀마 경제수도인 양곤 인근 타케타 지역에 가스복합발전소를 건설한 후 30년간 운영해 수익을 내는 대형 민자 프로젝트다. 총 사업규모는 7000억원 규모다. 한국 컨소시엄은 내년 2분기 발전소 건설에 착공, 2015년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토목환경사업본부, 건축사업본부, 플랜트사업본부, 전력사업본부 등 4개 사업본부가 각각 1개씩 4개의 핵심상품을 선정해 전략적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이중 전력사업본부는 순환유동층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로운 전략사업으로 선정했다. 사진은 카타르 라스라반 복합화력발전소 준공모습. |
현대건설 김이철 해외영업기획팀장은 "중동지역 중심의 수주에서 벗어나 수주시장 다변화에 힘쓴 결과 신시장이라 할 수 있는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공사를 잇달아 수주하고 있다"며 "세계 건설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 대응을 위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과 신시장 개척 및 신사업 확대 등 미래성장 사업기반을 적극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