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품 다양화·투자자 확대 등 질적 성장도
[뉴스핌=문형민 기자] 2012년 증시는 시련을 겪었지만 상장지수펀드(ETF)는 '시장 개설 10년'에 걸맞게 빛나는 성장을 거듭했다. 시장 규모가 커졌음은 물론 상품의 다양성, 투자자 확대 등 양과 질 모두에서 성과를 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새해에도 ETF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펀드 시장의 주도권이 액티브 펀드에서 인덱스 펀드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ETF 순자산총액은 시장 개설시 3444억원에서 지난달말 현재 14조2306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말에 비해서도 43.6%나 커진 것이다. 일평균거래대금은 5535억원으로 코스피 대비 12.8%를 차지했다.
상장종목은 이달 상장한 '구리실물 ETF'를 포함해 135개로, ETF 운용사는 16개로 각각 늘었다. 투자자별 비중에서도 개인은 35.9%로 감소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각각 31.4%, 18.5%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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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는 ETF 시장 10주년을 맞아 ETF 시장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글로벌 ETF 컨퍼런스'를 지난 10월 22~23일 개최했다. |
◆ 새로운 유형 상품 속속 등장
새로운 유형의 상품들이 속속 상장하며 시장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조달청이 지난 1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킨 'TIGER 구리실물' ETF가 대표적이다.
구리실물 ETF는 조달청이 국내 원자재 비축 물량 확대를 위해 민·관 공동 비축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철금속 실물을 기초로 ETF다. 조달청이 기초자산인 구리를 창고에 보관하고 창고증권을 발행하면 ETF가 이를 편입한다. ETF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실물가격 변화에 연동돼 움직인다.
구리실물 ETF의 탄생으로 투자자는 물가상승 위험이 방어되는 대체 투자상품을 얻게됐고, 현물금속시장에서 효율적인 가격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달 29일 상장시킨 'KINDEX 중국본토 CSI300' ETF는 국내 최초로 중국본토 A주식에 투자하는 ETF로 상장되자 마자 중국 본토 증시 강세와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기초지수인 CSI300은 중국 상해 및 심천거래소에 상장된 300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로, 양 거래소가 공동으로 산출한 첫 번째 지수다.
홍콩 HSCEI 지수나 FTSE A50 지수에 비해 금융업종(37%)의 비중이 낮은 대신 중국 내수업종(17%)이 적절히 포함돼 중국 경제구조와 가장 유사한 업종 구성을 이루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번 ETF 상장을 위해 중국 정부로부터 1억 달러의 A주 QFII(적격외국기관투자자) 투자한도를 취득했다.
이번 ETF가 A주 현물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규모는 1억 달러지만, A주 현물 외에 홍콩에 상장돼 A주 ETF, CSI300 선물 등 대체자산을 일정 수준 활용해 약 2000억원 수준까지 ETF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A주 투자 공모펀드의 경우 환매 청구시 환매자금의 회수가 상당기간 지연되는 단점이 있지만 ETF로 A주 투자하면 장내 매도를 통해 원하는 시점에 언제든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며 "A주 공모펀드 대비 보수가 크게 저렴한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0월 상장시킨 'KODEX주식&골드선물(H) 혼합자산ETF'는 국내 최초 주식-골드선물 혼합형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 ETF는 코스피200지수와 S&P골드총수익지수를 반씩 혼합해 만든 주식골드지수를 추종하며 매일 주식과 골드선물이 각각 50%가 유지되도록 운용된다.
우리자산운용은 같은 달 10년 국고채에 레버리지 전략을 가미한 신상품을 상장시켰다. 'KOSEF 10년 국고채 레버리지 ETF'는 KIS 10년 국고채지수 일간변동률의 2배수로 연동되도록 10년 국고채 현물과 10년 국채선물을 편입해 운용한다. 이 상품은 일반 채권ETF에 비해서는 고위험 상품이지만 주식형 레버리지ETF를 비롯해 코스피200 등 시장대표지수ETF보다는 낮다.
한국거래소와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새롭게 내놓을 ETF 상품 개발하느라 분주하다. 예상되는 신상품은 합성ETF, 현물상품ETF, 액티브ETF 등이다.
거래소는 오는 2020년까지 순자산 100조원 시장으로 확대돼 ‘글로벌 톱5’ ETF 강국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매년 30% 가량 성장해 내년 18조원, 2015년에는 33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