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요즘 코오롱그룹 최근 임원 인사 이후에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입니다. 임원들이 수두룩하게 잘려 나가면서 승진자에게 조차도 축하 인사 하나 건네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코오롱그룹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코오롱그룹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승진 축하 화환을 보내려고 했지만 정중히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룹 임원이 무더기로 퇴직하면서 도무지 받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미 코오롱 그룹 안팎에서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뒷말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코오롱그룹에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24일 코오롱그룹 안팎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임원 인사를 전후로 그룹에서 해직된 임원은 전체 임원의 약 30%에 달한다.
최근 코오롱그룹에서 퇴직한 한 임원은 “올해 그룹에서 전체 임원 중 약 30%가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사업부별로 다르겠지만 건설부문은 절반 가까운 임원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임원 인사 조정 규모는 지난 2004년 말 임원 23% 감축 이후 최대 규모로 꼽힌다. 당시 임원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직원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코오롱그룹의 흉흉한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다.
실제 최근 임원인사에서 신규임원(상무보)으로 선임된 것은 불과 6명으로 지난해 22명 대비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2005년 당시에도 신규임원은 5명이었다.
코오롱그룹이 이처럼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한 배경은 지난 2001년부터 10여년 간 이어진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실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오롱그룹 주요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4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고 코오롱글로벌은 3분기 영업익 591억원으로 전년 대비 4% 성장했지만 건설부문의 수익성 하락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코오롱은 전년 대비 약 두 배가 상승한 31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음에도 금융비용의 급증으로 인해 9600만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코오롱의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아라미드 섬유(헤라크론)이 듀폰과의 미국 소송1심에서 패소한데 이어 검찰의 기소까지 받은 상황이라는 점이 적잖은 부담이다. 지난 8월 미국 재판부는 코오롱에 1조15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좀처럼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요 그룹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퇴직시킬 수 없는 직원보다 계약직과 다름없는 임원들이 우선적으로 해직당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