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국방부가 지난 12일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로켓) 실험은 우주발사체 개발이 아닌 탄도탄미사일(ICBM) 기술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거듭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 14일 서해상에서 인양한 북한 장거리 로켓 추진체 잔해인 산화제통을 조사한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산화제통은 길이 7.54m, 직경 2.4m, 무게 1.13t로 두께 3.8㎜의 알루미늄 합금(마그네슘 6%) 재질로 만들어졌다. 산화제는 연료가 연소될 수 있도록 산소를 공급하는 추진체로 1단 로켓을 구성하는 엔진과 연료 상단에 위치한다.
북한은 로켓 산화제로 인체에 해로운 '적연질산'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적연'은 붉은색을 띠는 질산으로 액체상태일 때는 노란색인데 공기 중에 노출되면 빨간색으로 변하는 것을 '적연질산'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북한 장거리 미사일이 나로호와 같은 일반적인 우주발사체가 산화제로 액체산소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장기 상온 보관이 가능한 적연질산을 산화제로 사용한 것으로 볼 때 우주발사체 개발보다는 ICBM 기술 개발 의도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적연질산이 노동이나 스커드 미사일에 사용됐다는 첩보로 볼 때 북한이 우주발사체가 아닌 미사일 개발에 더 중점을 뒀을 것이란 게 국방부의 판단이다.
군 관계자는 "액체 추진기관을 사용하는 미사일은 통상적으로 구소련이 개발한 스커드 미사일에서 출발했다"며 "스커드의 초기 연료는 '케로신(등유 계열)'이고 산화제는 주로 적연질산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은하 3호의 전체적인 제원을 분석해본 결과 500~600㎏의 탄두를 장착 가능하며 사거리도 1만㎞로 이상을 확보했다는 것이 군의 판단이다.
산화제통은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이 혼합된 알루미늄 합금(A1Mg6)으로 제작됐으며 이는 북한에서 자체 생산했거나 외국에서 수입했을 것으로 군 당국은 평가했다.
동체 외부와 산화제통 상단에는 북한제로 판단할 수 있는 한글표기가 다수 발견됐고, 압력센서와 전선 등도 나타났다.
산화제통 측면에는 로켓 발사 후 지상으로 엔진상태를 실시간 전송하는 카메라가 부착돼 있고, 단분리시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주는 제동모터와 가압가스 배관 덮개가 있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북한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로켓 발사 동영상이 공개된 것으로 보아 발사 당시 카메라가 정상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압력센서와 전기배선 등 일부 부품은 외국에서 수입한 상용품이지만 나머지 부품들은 북한에서 자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는 정보본부와 정보사령부, ADD,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유관기관 전문가 42명이 참여했다. 다만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미국 기술진은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미국 관계자는 시간적인 문제 때문에 조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산화제통 형상만 확인했다"며 "세부적인 것은 더 조사가 필요한 만큼 종합적인 평가는 앞으로 2~3개월 상세 정밀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