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룩셈부르크 거점 부동산개발업체 실사중
[뉴스핌=이강혁 기자] 최소 1500억원, 많게는 2500억원 이상의 뭉칫돈을 대줄 쌍용건설의 투자자 찾기가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외국계 부동산개발업체 2곳이 실사를 벌이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회사인지, 자본력은 얼마나 되는지 등 자세한 사항은 쌍용건설이나 채권단 모두 철저하게 입단속을 하고 있다. 신중하다 못해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이런 분위기는 사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성사 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배경이다. 네 차례나 매각이 불발되면서 유동성 위기는 물론 이미지 타격도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이나 채권단 내부에서는 "이번에도 안되면 어떻게 얼굴들고 다니냐"는 목소리까지 들려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는 현재 홍콩과 룩셈부르크를 거점으로 움직이는 부동산개발업체 두 곳이 실사에 나선 상태다.
홍콩계는 화교자본의 모기업을 뒷배경에 두고 있는 등 2곳 모두 계열사를 내세운 형태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약 4주간 진행되는 이번 실사 후 이달 말께 본입찰이 예정돼 있다.
이번 실사는 예비실사의 성격이다. 하지만 그동안 거듭된 매각작업을 통해서 정밀실사를 가늠할 만큼 자료가 잘 준비돼 있어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곧바로 신주가격 등 조건 협의 후 유상증자는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좀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총 8곳이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면서 흥행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여줬지만 '들여다보고 아니면 빠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쌍용건설과 채권단은 이런 맥락에서 추가로 투자자가 들어올 수 있는 문도 활짝 열어둔 상황이다.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물론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언제든 의향을 타진해 보라는 것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자료가 워낙 잘 준비돼 있어 추가로 유상증자 참여를 타진해도 늦지는 않는다"며 "이달 말 우선협상자 선정 이전까지는 어느 곳이든 필요한 가격선에서 조건만 잘 협의된다면 참여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주당 5000원 수준에서 유상증자가 결정되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향후 5년 정도를 내다보고 연 복리 1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때 쌍용건설의 주가는 주당 2만원 수준을 형성했었다는 점에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베팅할 타이밍으로 나쁘지 않다.
더구나 쌍용건설의 자본금이 1480여억원이라는 점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1500억원 이상만 참여하면 최대주주 지위에 오른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 복잡한 계산없이 자연스러운 인수합병(M&A) 수순이 되는 셈이다.
수익을 고려한 투자자 행보가 언제든 전략적 행보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최대주주인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한 38.7% 지분은 유상증자 이후 10%대 중반 이하의 지분율로 내려앉는데다, 부실채권기금 청산을 통해서 정부에 반환될 예정이어서 부담스럽지도 않은 상황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구주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지 않겠냐"며 "우선협상자가 무리한 요구만 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새주인 찾기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쌍용건설 관계자는 "현재 실사를 벌이는 외국계 2곳은 자신들이 직접 자문사를 선정하고 회계법인을 선정하는 등 유상증자 참여에 대해 진실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자본력도 상당한 곳이어서 단순하게 아니면 말고식의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사실상 주인이 바뀌는 이벤트를 벌이면서 '아무나 한 곳만 걸려라'는 식은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내비친다. 사실상 최대주주가 바뀌는 만큼 제대로 된 적격후보를 선정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미에서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