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자금-신성장동력 확보 윈-윈
[뉴스핌=문형민 기자] 바이오 벤처회사와 제약회사의 짝짓기가 줄을 잇고 있다. 바이오 벤처는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얻고, 제약회사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상생 전략인 셈이다.
21일 제약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5일 유한양행을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296억1899만원을 결정했다. 이로써 유한양행은 지분 9.1%를 보유한 2대주주에 올랐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을 개량해 편의성이나 효능을 개선시키는 바이오베터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널 단백질을 개량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에도 45억원을 투자해 바이오업체 엔솔테크의 지분 20%를 취득했으며, 테라이젠이텍스에 대한 지분투자도 검토중이다. 테라이젠이텍스는 수십종의 질병에 대한 질병발병률을 확인하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바이오 벤처회사 제넥신도 지난달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증자를 통해 한독약품으로부터 163억여원을 투자받았다. 제넥신이 발행한 전환사채(CB) 166억5000만원도 인수한 한독약품은 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지분율이 30%에 육박한다. 현재 제넥신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9.61%다.
한독약품과 제넥신은 한번 투여로 효과가 지속되는 성장호르몬 'GX-H9'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제넥신의 자체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이 제품은 현재 유럽에서 전임상 단계가 진행중이다. 이외에도 양사는 류마티스 관절염, 암, 골다공증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면역세포치료 전문 바이오 벤처인 이노셀은 지난 8월 녹십자를 대상으로 15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로써 녹십자는 이노셀의 1대 주주가 됐다.
이노셀은 2007년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Immuncell-LC)를 간암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품목허가 받아 생산, 판매하면서 간암과뇌종양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이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서 관리종목에 지정됐고, 올해도 흑자를 내지 못하면 한국거래소에서 퇴출될 우려에 처해 있었다.
그렇지만 녹십자에 인수되면서 빠르게 실적이 개선돼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2억2101만원, 25억3555만원 흑자를 기록했다.
동구제약도 지난 7월 비상장 바이오업체인 노바셀테크놀로지 지분을 인수했다. JW중외제약과 한미약품도 각각 크레아젠과 크리스탈지노믹스에 투자하며 바이오사업에 진출했다.
제약업체와 바이오 벤처의 제휴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스위스 제약업체인 로슈가 미국 바이오 대표기업인 제넨텍을 인수한 사례가 세계적인 모델이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고, 실패할 가능성도 높아 바이오업체로서는 든든한 후원자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현금을 쌓아온 제약업체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양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약사의 바이오업체 투자가)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며 "괜찮은 바이오업체가 늘어난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