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 위축과 부채 축소로 아시아 버블 붕괘..유로존 대공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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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덴트가 2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대신 인베스트먼트 포럼 2012'에서 글로벌 금융 시장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인구구조와 소비성향의 변화를 토대로 한 경제 전망과 투자 전략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해리 덴트가 2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대신 인베스트먼트 포럼 2012'에서 이같이 진단하고 "상품·부동산·주식은 최소 2020년에서 2023년 까지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상품 가격의 하락 기간은 2015년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일 것이며 중국 버블 붕괴와 신흥국 경제성장 둔화로 금·은·원유 등 대부분의 상품 가격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해리 덴트는 "상품 가격 하락이 전망되면서 기업이익과 가계소득 감소로 주가 조정도 불가피한 것"이라며 "다만 대세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2013~2014년 대하락, 2015~2016년 소상승으로 커다란 하락 터널 내 반등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채권시장은 2013년부터 최소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강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덴트는 "올해 말이나 내년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신용우려가 심화되면 국채 수익률은 4% 부근까지 오를 수 있다"며 "하지만 미국 국채 수익률은 2013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다시 하락세로 수년간 국채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품·부동산·주식의 약세를 전망하는 토대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기초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1946~1964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이 소비의 정점을 이루는 46세를 지나면서 2000년대 말부터 2020년 초까지 '경제의 겨울'이 올 것"이라며 "베이비부머들의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부머들은 소비를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소비를 돈을 빌려 해왔다는 것"이라며 "모기지·신용카드·자동차 할부와 같은 민간부문의 부채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20조 달러에서 42조 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고 덧붙였다.
향후 미국은 10년간 거대한 부채 구조조정을 경험할 것이며 부채 축소 과정은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아시아신흥국의 구매력으로 미국 소비를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해리 덴트는 미국의 소비 둔화로 인해 아시아권 국가들의 소비도 타격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덴트는 "제3세계나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이라는 거대시장을 통해 성장해왔다"며 "대표적으로 중국은 필요한 수준의 2배 이상으로 투자하면서 주택, 상업용 부동산, 생산 능력, 도로와 철도 등에 과잉 투자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의 소비가 중국의 과잉 투자 버블을 막아왔지만 선진국 소비 둔화가 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 중국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리 덴트는 다가올 위기에 대해 유럽 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페인 구제금융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돋보였다.
그는 "유로존 정상들이 구제기금을 통한 국채 매입과 직접적인 은행권 자본 재확충 등에 동의하면서 스페인 위기가 가라앉을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스페인 부동산 버블은 구제하기에 너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해리 덴트의 분석에 따르면 유로존 국가들은 남유럽 국가들의 구제 금융 제공보다 해당 국가 채권의 디폴트를 선호하게 될 것이며 스페인이 다가올 커다란 공황의 격발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