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측) '사과, 협상 재개' vs 安(측) '실망, 진단 먼저'
[뉴스핌=노희준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사이의 중단된 단일화 협상 재개가 난항을 겪고 있다. 문 후보가 직접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했지만, 안 후보측은 '문 후보의 현실인식' 등을 거론하며 협상 재개 선언에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문재인 후보 측 박영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안철수 후보 측 조광희 비서실장 등 단일화 협상팀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에서 만나 1차회의를 갖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안 후보 측 이태규 미래기획실장, 금태섭 상황실장, 조광희 비서실장, 문 후보 측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 윤호중 전략기획실장, 김기식 미래캠프 지원단장. |
문 후보는 이날 안 후보 달래기에 발빠르게 나섰다. 그는 15일 오전 부산 투어 중 기자들과 만나 "우리쪽 캠프 사람들이 저쪽에 부담을 주거나 자극한 일이 있었다면 대신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테니 단일화 협의를 해 나가자고 안 후보측에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 후보측의 반응은 '냉바람'에 가까웠다. 유민영 대변인은 문 후보의 사과가 알려진 직후 브리핑에서 "문 후보의 말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면서 "문재인 후보 캠프에 대해서는 참 실망스럽다.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안 후보의 반응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그는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문 후보의 발언에 직접적인 언급은 피한 채 "깊은 실망을 느꼈다. 단일화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며 "과정보다 결과에만 연연한다면 그 결과로 이기는 후보는 대선 승리를 할 수 없다"고 자신의 심경을 드러냈다. 우회적이지만 현 상황에선 협상 재개에 나설 뜻이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송호창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한발 더 나갔다. 사과보다는 문 후보측과 민주당에 대한 문 후보의 정확한 진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송 본부장은 "(문 후보가) 후보 캠프와 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금 정확한 진단을 하고 상황을 살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과나 책임을 져서 ('협상 중단 사태'를) 매듭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며 "현재 정당과 정치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찾고 그 해법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사과를 하고 책임을 지는 것은 현실 진단 이후의 문제"라고 못 박았다.
문 후보와 문 후보측은 재차 몸을 낮춰 안 후보측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문 후보는 이날 경남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충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제대로 할테니 이제 조금 화를 풀고 단일화 합의 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요청했다.
문 후보는 또한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 중단 과정과 관련, "깊은 실망을 느꼈다. 단일화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제가 사과한 데 대한 거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안 후보를 자극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문 후보측 우상호 공보단장도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들을 풀려고 하는 노력들은 그 노력대로 진행을 하고 대화는 대화대로 재기돼야 한다는 것이 문재인 후보의 입장"이라고 안 후보측이 협상 재개 노력에 나설 것을 재촉했다.
◆ 정당 조직 동원 문제…'안철수 양보론'에 이은 또다른 난제될 듯
이같이 양 후보측의 입장이 '사과, 협상 재개'와 '실망, 정확한 진단'으로 엇갈리면서 단일화 협상 재개에는 적지 않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안 후보측 한 핵심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문 후보측 우 단장의 발언 등을 겨냥, "무조건 ('안철수 양보론'제기 등 신뢰 훼손 행위가) 없다라고 할 게 아니라 먼저 파악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며 "민주당에서 진정성 있게 단일하 협상에 임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민주당이 생각하는 합당한 조치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없다'고 선뜻 말하지 말고 '사태 파악'부터 하라는 주문이다.
특히 안 후보측은 민주당 발(發) '안철수 양보론' 제기뿐만 아니라 문 후보측의 '비정상적인 조직 동원 정황'도 문제 삼고 있어 양측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비정상적인 조직 동원'과 정당의 일상적인 활동을 가르는 것은 명확하게 선을 긋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측 또다른 관계자는 "민주당이 답해야 하는 것은 크게 봐서 두가지"라며 "'양보론' 등의 '언론 플레이'와 조직적인 '여론조사 착신 문자'이고 이에 대한 단절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조직적인 '여론조사 착신 문자' 발언은 "여론조사 대비, 외출 시 집전환 착신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문 후보측에서 뿌렸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여론조사 착신(문제)은 (단일화 방식이) 여론조사가 될지, 선거인단 경선이 돌지 모르는데 누가 그걸 장담하느냐"며 "통합진보당 사태가 있었는데 똑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엄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게 말로는 '유감이다, 오해살 일 없을 거다'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이야기를 하고 나서 유사사례가 발생하면 그때는 정말로 모르는 것"이라고 사실상 경고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한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조직적인 동원을 했다는 것은 보고 받은 바 없다"고 전제한 뒤 "일반론적인 얘기지만, 민주당이나 당원들은 우리 내부의 민주당 후보를 단일화에 이기고 본선에 이기는 노력을 당원들끼리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며 "어떤 의미에서 무소속에 대한 정당의 프리미엄인데 민주당 후보를 이기게 하려는 노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