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의 구제금융 집행 문제가 가닥을 잡지 못한 가운데 2020년까지 부채비율을 GDP 대비 120%로 끌어내리기 위해 800억유로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장기적으로 그리스의 부채 규모를 영속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려면 대규모 채무 탕감을 포함해 천문학적인 지원이 단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골드만 삭스는 보다 결정적인 지원이 없이는 이른바 트로이카(ECB, EC, IMF)가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제시한 부채 목표치를 달성할 수 없다며 13일(현지시간) 이 같이 밝혔다.
골드만 삭스는 긴축안과 국채 매입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대응책으로는 그리스가 부채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골드만 삭스의 데미스토클리스 피오타키스 이코노미스트는 “채무 원리금을 대폭 삭감하는 근본적인 치유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2020년까지 부채 규모를 GDP의 120%로 낮추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800억유로를 훌쩍 넘는 채무 탕감이 단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총 3400억유로에 이르는 그리스의 채무액을 적극적으로 감축하지 않으면 유로존은 자금 지원을 수년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골드만 삭스는 주장했다.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니콜라스 스피로 매니징 디렉터 역시 현 수준의 대응으로는 그리스 구제가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는 “그리스는 유로존의 암종과 같은 존재”리며 “3년 이상의 재정위기와 1년 이상 이어진 유로존의 자금 지원에도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며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한 정치인들이 결정적인 위기 해소 방안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을 포함한 유로존 주요국은 그리스의 탈퇴를 원치 않는 동시에 어떤 손실도 떠안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골드만 삭스는 유로존의 채권국 입장에서 채무 탕감보다 디폴트를 모면할 만큼의 자금 지원을 수년간 지속하는 편을 선호할 수 있지만 이 경우 그리스는 실물경기가 무너지면서 더욱 깊은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로존 정책자들은 그리스의 구제금융 합의안 이행 시한을 2년 연장하는 데 동의했지만 부채비율 목표 달성 시점을 두고 IMF와 EU의 의견이 엇갈리는 등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