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트 등 앞다퉈 생산설비 확대..장기적 성장 가능성 주목
[상파울루(브라질)=김홍군 기자]브라질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폭스바겐, 피아트, 현대차 등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브라질 현지에서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등 세계 4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브라질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치열한 물량 확대 경쟁8일(현지시각)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내 현지생산 능력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업체는 피아트이다.
피아트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총 100억 헤알을 투자해 현재 연산 80만대 규모의 브라질 현지 생산규모를 2014년 상반기까지 100만대 이상으로 확대해 브라질 판매 1위의 자리를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브라질 내 시장점유율 2위인 폭스바겐은 2014년까지 따오밧찌(Taubate) 공장에 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연산 10만대 규모의 증설을 진행 중이다.
폭스바겐은 이 공장에서 최근 새로이 선보인 ‘골(Gol)’ 개량 모델과 ‘업(UP)’ 등을 생산해 소형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예정이다.
GM은 총 50억 헤알을 투자해 그라바타이(Gravatai) 공장과 상카에타누두술(Sao Caetano Do Sul) 공장의 생산능력을 증설했다. 또 산타카타리나(Santa Catarina) 엔진공장을 신설한 데 이어 2014년 가동을 목표로 산타카타리나 엔진공장 인근에 연산 15만 기 규모의 변속기공장을 건설중이다.
최근 판매량이 급상승 중인 르노-닛산도 2014년 내에 연산 28만 대의 쿠리치바(Curitiba) 공장을 38만 대 규모로 증설할 예정이며, 2014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 연산 20만 대 규모의 헤젠지(Rezende)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1950년대부터 브라질 시장에 진출했으나 점유율이 2%대에 그치고 있는 도요타는 올해 9월 2번째 완성차 공장인 소로까바(Sorocaba) 공장을 완공해 연산 18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췄으며, 새로 투입한 현지전략형 모델 ‘에티오스(Etios)’를 앞세워 2013년에는 연간 판매 20만대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포드, 혼다, 미쓰비시 등 다른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도 앞다투어 현지생산 능력을 확대해 브라질의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정책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업체들도 체리 자동차를 비롯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브라질 시장에 진출한 8개 업체가 수입차종 확대와 현지생산 계획을 병행해 진행하고 있다.
이에 맞서 현대차도 9일 브라질 상파울루 삐라시까바에서 브라질공장(HMB)의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브라질 공략에 나선다.
연간 최대 15만 대의 완성차 생산 능력을 갖춘 현대차 브라질공장은 지난 9월부터 브라질 전략 소형차 ‘HB20’를 본격 양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HB20을 기반으로 SUV 모델과 세단형 모델을 추가로 투입해 브라질에서 20만대 판매를 달성한다는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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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업계 종합 |
글로벌 차 브랜드들이 브라질을 주목하는 것은 빠른 성장성 때문이다.
브라질 자동차공업협회(ANFAVEA)는 최근 “2015년 브라질 자동차 수요가 500만대를 기록해 일본을 제치고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3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밝혔다.
2002년 139만대이던 브라질 자동차 수요는 지난해 341만대로 10년만에 약 2.5배 성장하며 독일을 제치고 세계4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자동차 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브라질 정부의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자동차 메이커들의 생산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연방공업세 감면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부여했으며, 증가하는 수요대응 및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현지 투자를 확대했다.
뿐만 아니라 소형차에 유리한 세제구조와 중산층의 빠른 증가는 소형차 시장이 확대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브라질 자동차 시장은 전통적으로 소형차급인 B 세그먼트의 판매 비중이 높아 전체 판매차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0년 29만대를 기록하는 등 단일 모델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폭스바겐의 ‘골’도 여기에 속한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에탄올을 가솔린과 혼합해 사용하는 혼합연료 차량의 판매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특징 중 하나이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단기위축..장기 성장성은 여전
다만, 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여건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원자재 수출 및 해외투자 유입 감소, 가계부채의 확대가 겹치며 시장경제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브라질 자동차 구입자의 약 70%가 자동차 할부금융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할부금리 인상, 할부승인 조건 강화 등 악재가 겹쳐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5월까지 8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자동차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수입차와 국산부품 사용비율 65% 미만 차량, 연구개발 투자 부족업체에서 생산된 차량에 대해 공업세 30%포인트 인상, 배기량별로 37~55%의 공업세가 부과됨에 따라 차량 가격이 25% 이상 인상돼 수입차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부진이 더욱 심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시장은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지리적 중요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주요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브라질 정부는 자동차 산업 침체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내놓고 있다”며 “특히, 자국 자동차 브랜드가 없어 다국적 기업이 자동차 산업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 업체들의 국내 생산과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