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골프도 납회 시즌으로 접어들고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 골프의 맛이 반감된다. 그래서 골퍼들은 더 춥기 전에 납회를 서두른다.
물론 골프에 미치면 날씨가 무슨 대수겠는가.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라운드 하는 맛이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아무도 못 말린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P사장도 한창 골프에 미쳤을 때는 날씨를 가리지 않고 필드에 나갔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불러만 주면 달려 나갔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골라서 치는 골프로 바뀌었다. 너무 이른 새벽도 귀찮고 동반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메이드를 꺼린다.
그런데 요즘 마누라가 골프에 미쳐 앞뒤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꼭 P사장이 한창 미쳤을 때를 보는 것 같다는 것. 새벽에 아무도 몰래 골프백을 싸서 골프장 가는 일이 잦아졌다.
P사장도 골프에 미쳐 봤으니 그 심정 이해 못하는바 아니다. 안 하면 꼭 죽을 것 같은 거, 뭐 그런 게 있다.
그러나 P사장이 마누라의 골프를 아무리 이해하고 양보해도 도저히 참지 못할 때가 있다. 반찬은 물론 밥도 해 놓지 않고 라운드를 가는 바람에 굶기 일쑤다. 라운드를 마친 뒤 밥까지 먹고 들어온 마누라는 P사장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다는 것.
“마누라 때문에 이 놈의 골프 당장 때려치우고 싶다”는 P사장은 “내가 ‘까불지마라’ 신세가 될 줄은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까불지마라'는 P사장의 친구 마누라가 새벽골프를 가면서 식탁 위에 써 놓고 갔다는 메모다.
까스 불 나갈 때 꼭 잠그고
불조심하고
지퍼 조심하고
마누라 언제 오냐고 휴대폰 걸어 귀찮게 하지 말고
라면은 식탁위에 있으니 배고프면 끓여 먹어라.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