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가, 롬니 지지하면서 오바마 승리 예상
'D-53'. 미국 대통령 선거가 7주여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은 금융 위기 이후 회복이 주춤한 상황에서 고실업률이 지속되며 민심을 흔들고 있다. 또 과거 감세 정책의 일몰과 재정지출 억제 정책이 겹치는 이른바 '재정절벽(Fiscal Cliff)' 문제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사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대공황 이래 최악의 시기를 헤쳐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가도를 미트 롬니가 추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2012 미국 대선의 구도와 쟁점을 조망해 본다. <편집자 註>
[뉴스핌=김동호 기자] 올 연말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 중 어느 후보가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지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의 경우 부자 감세 철회와 월가 개혁 등을 외치고 있어 월가를 비롯한 금융권은 롬니 후보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특히 롬니 후보의 경우 과거 사모펀드를 설립, 운영해 본 경험을 갖고 있어 월가에 보다 친화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실리콘밸리는 오바마의 승리를 바라는 눈치다. 또한 다수의 기업인들 역시 오바마의 재선이 경기 회복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 오바마 재선, 금융시장 영향은?
지난 2008년말 금융위기와 함께 미 대통령 자리에 오른 오바마의 재선은 과연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투자자들은 오바마의 재선이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6%가 오바마의 재선이 미국 금융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39%로 집계됐다.
당시 설문조사는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 트레이더 등 글로벌 경제 전문가 84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조사에서 투자자들은 오바마의 부유층 감세안 종료를 지지하면서도 미국의 장기적인 재정과 관련해서는 롬니가 보다 신뢰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대통령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롬니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 중 누가 미국의 비전을 더 잘 제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42%가 롬니를, 40%가 오바마를 선택했다.
미국 내 투자자들과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두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판이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미국 투자자들은 단 18%만이 오바마의 재선이 미국 시장에 좋을 것이라고 대답한 반면, 미국 외 투자자들은 51%가 오바마의 재선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별개로 오바마 대통령 재임시 미 증시는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1월 20일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주말까지 미 증시의 3대 지수는 모두 60% 이상 올랐다. 특히 나스닥지수의 경우 105% 가량 상승한 상태다.
물론 이 같은 주가 상승이 모두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당시 미 증시는 리만 브러더스 사태 등으로 급락한 상태였으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연방준비제도의 적극적인 양적완화와 제로금리 정책 등이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증시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로 조지 부시나 빌 클린턴 등 앞선 5명의 대통령 재임시보다 오바마 재임시 S&P500지수는 68% 가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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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S&P500지수 상승률, 출처: CNBC) |
또한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연방준비제도의 추가적인 양적완화 등 지속적인 경기 부양책을 기대할 수 있어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월가는 롬니에 베팅
대선이 두달 정도 남은 상황에서 월가로 대표되는 미국의 금융세력은 공화당의 롬니 후보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과거 사모펀드를 설립해 이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롬니 후보에게 월가가 보다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정부 재정 긴축과 달러 가치 지지를 내세우고 있는 롬니의 경제정책 방향이 월가의 환영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이유는 오바마 정부의 금융규제 강화 기조가 월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 오바마는 월가를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월가에 대한 규제 강화 정책을 실시했다. 특히 오바마 정부에서 마련된 금융개혁 법안인 '도드-프랭크 법'은 현재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롬니 후보는 오바마 정부의 도드-프랭크 법이 기업과 금융권에 불필요한 부담을 지운다고 비판하며 이에 대한 반대 입장에 서고 있어 월가의 환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월가의 기대를 반영한 듯 미 증시는 유럽위기 지속 등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부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샘 스토발 수석 주식전략가는 "미국의 증시 회복 기조는 현 오바마 행정부의 반 월가 정책이 조만간 끝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상당수 투자자들이 지난 7월 말부터 올 10월 말까지 S&P500 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이는 롬니 후보가 승리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간스탠리의 수석 시장전략가인 애덤 파커 역시 "롬니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을 이기고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 것이란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롬니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월가의 대형 금융기업들은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전 대선에서 오바마를 지원했던 대형 금융사들은 이미 등을 돌린 상태.
실제로 골드먼삭스와 JP모간, 모간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거대 금융사들은 롬니 후보 캠프에 거액의 정치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IT기업들은 오바마에게 후원금을 보내며 지난 대선에 이어 여전히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 오바마와 롬니, 두 후보의 선거자금 모금 상황은 오바마가 다소 앞서있으나 둘 사이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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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