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이 일제히 잔치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6일(현지시간) 회의에서 무제한적인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강한 랠리를 연출했다.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중 6% 아래로 떨어진 한편 유럽과 미국의 주식시장이 2% 내외로 급등했다.
국채 매입의 부채위기 진화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지만 투자자들은 일단 ‘그랜드 플랜’의 뚜껑이 열린 데 반색했다.
이날 강세 흐름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스페인 국채 시장이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5.97%를 기록,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6%를 밑돌았다. 장 후반 낙폭을 축소, 10년물 수익률은 39bp 떨어진 6.02%에 마감했다.
스페인 국채 발행 수익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발행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798%로 지난 6월 4.706%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27bp 하락한 5.25%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독일 10년물 수익률은 8bp 오른 1.56%를 기록했다.
포르투갈 2년물 국채 수익률도 22bp 급락한 4.61%를 기록했다. ECB가 포르투갈 국채를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수익률을 끌어내렸다.
유로화도 강세를 나타냈다. 유로화는 엔화 대비 2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 탄력을 과시했고, 상품 통화 역시 ‘리스크-온’ 심리가 확산되면서 동반 상승했다.
유로/달러는 0.26% 오른 1.26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환율은 1.2652달러까지 상승했다. 유로/엔은 0.91% 오른 99.67엔을 기록,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표적인 상품 통화로 꼽히는 캐나다 달러가 미국 달러화 대비 0.74% 상승했고, 최근 약세 흐름을 보였던 호주 달러화 역시 0.88% 올랐다.
주식과 상품시장도 ECB의 국채 매입 계획에 상승으로 화답했다. 스톡스 유럽 600 지수가 2.3% 급등한 271.67을 기록했다. 이는 8월 초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특히 부채위기 이후 하락 압박에 홍역을 치른 금융주가 강하게 반등했다.
뉴욕증시도 강한 상승 탄력을 나타냈다. 다우존스 지수가 1.87% 급등한 1만3292.00을 기록했고, S&P500 지수가 1432.12로 2.04% 랠리했다. 나스닥 지수 역시 2.17% 급등한 3135.81로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11.6달러(0.7%) 상승한 온스당 1705.60달러를 기록, 1700달러 선을 훌쩍 넘으며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는 소폭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0월물은 17센트(0.18%) 오른 배럴당 95.53달러에 마감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55센트(0.49%) 오른 113.64달러에 거래됐다.
브레윈 돌핀의 마이크 레노프 전략가는 “시장은 일단 드라기 총리의 정책을 호평하는 모습”이라며 “실질적인 효과를 떠나 ECB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 자체가 투자심리를 고무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의 상승세 지속 여부에 대해 시장 전문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내주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포함한 주요 이벤트와 불확실성이 상당수를 이루며, 이 때문에 단기적인 증시 향방을 점치기 힘들다는 얘기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의 찰스 로트블러트 부대표는 “경제 지표 흐름이 엇갈릴 뿐 아니라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와 유로존 부채위기 상황 등 곳곳에 리스크 요인이 잠재돼 있다”며 “드라기 총재의 국채 매입에 따른 랠리가 추세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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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