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부채위기가 장기화되는 사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트레이딩과 수수료 등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요 IB는 감원에 이어 일부 사업 부문 폐쇄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22일(현지시간) 리서치 업체 프리먼 앤 코에 따르면, 그리스의 부채위기가 본격화된 2009년 이후 글로벌 IB의 수수료 수입은 25% 급감했다.
이후 UBS와 바클레이스 등 유럽 주요 IB는 총 17만2000명에 이르는 감원을 단행했지만 구조조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추가 감원은 물론이고 자산 매각을 포함한 통폐합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부채위기와 유로존을 중심으로 한 경기 부진으로 인해 영업 기반이 크게 악화된 데다 자본요건 강화를 포함한 IB 부문의 규제가 점차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베인 앤 코에 따르면 새로운 규제에 따라 IB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11년 상반기 14%에서 6%로 떨어질 전망이다.
초저금리와 주요국 중앙은행이 방출한 유동성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일 미뤘던 IB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지적이다.
란데스방크 베를린 인베스트먼트의 루츠 로마이어 펀드매니저는 “경제 펀더멘털과 정책 측면의 리스크 요인이 지나치게 많다”며 “IB 업계가 장기간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외형을 더욱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는 채권 사업 부문을 대폭 축소하고 나섰다. 추가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UBS이 실적과 재무지표는 리먼 파산 이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특히 UBS는 국내 규제 강화로 인해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IB 부문의 외형을 크게 축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RBS 역시 투자 은행 부문을 추소하는 한편 수익성이 저조한 인수합병(M&A) 자문 및 주식 부문을 축소하고 있다.
프랑스의 최대 은행인 BNP 파리바는 기업은행 및 투자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790억유로 규모의 리스크 가중 자산을 처분하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는 유럽 주식 브로커리지 부문을 폐쇄했다.
상황은 미국 IB도 크게 다르지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골드만 삭스 등 5대 IB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주가순자산비율 역시 바닥권으로 떨어졌다.
알리안츠번스타인의 스티브 헤시 애널리스트는 “일부 IB는 최대 50%에 이르는 감원이 필요하다”며 “톱IB가 아닌 중위권 이하 업체는 일부 사업 부문을 아예 폐쇄하고 틈새시장이나 특정 지역에 집중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