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B의 은행 대출 중단되면 큰 일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가 오는 20일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액 32억유로를 유럽중앙은행(ECB)에 상환, 디폴트 위기를 모면할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는 지난 14일 40억유로의 국채를 발행,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이는 ECB 채무액을 상환하는 데 충분한 규모다.
업계 애널리스트는 그리스 은행권이 주요 매수 세력으로 나서면서 국채 발행에 성공했고, 이에 따라 20일 채무 상환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스가 또 한 차례 ‘급한 불’을 끌 것으로 기대되지만 문제는 이후다. 지난 7월 ECB는 그리스 국채를 대출 담보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은행이 국채를 담보로 ECB의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 14일 국채 매입 주체가 국내 은행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ECB의 담보물 규제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결과로 번질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니콜라스 스피로 디렉터는 “그리스는 국내 은행을 이용해 유로존 자금으로 일종의 돌려막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CB의 은행권 대출이 중단될 경우 이 같은 자금 순환이 막힌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트로이카(EC, EU, IMF)가 내달 초 그리스의 긴축안 이행 상황에 대한 점검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결과에 따라 10월8일 회의까지 구제금융 집행을 보류할 수 있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는 경고했다.
그리스는 트로이카와 ECB가 요구한 구제금융 합의안을 달성하기 위해 115억유로의 예산 삭감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리스의 디폴트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민간에 이어 ECB와 정부 부문의 채무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가운데 독일은 추가적인 지원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독일 집권 기독교민주당(CDU)는 이날 독일 은행권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그리스의 지원에 소극적인 뜻을 재차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