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골프라는 게 참 이상하다. 잘 맞던 볼이 골프장만 바뀌어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갤러리만 몇 명 있어도 그렇다. 경기진행이 밀려 뒤 팀이 지켜보면 더 그렇다. 여기에 여성 동반자라도 끼면 그날 골프는 종친다. 낯가림을 하는 것.
얼마 전 친구와 필드에 간 P씨. 요즘 골프장이 비수기로 입장객이 줄다보니 그린피 할인에다 2명 라운드도 된다고 해서 무조건 골프장으로 갔다.
날씨도 더운데다 비까지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골프장은 한산했다. 프론트에서 등록을 하는데 나가고 싶은 시간에 나가란다. 코스가 거의 비었다는 뜻이다. 서두를 필요가 없어 식당에서 해장국 한 그릇을 먹고 1번홀 티박스로 나갔다.
하지만 비어 있어야 될 티박스에 손님이 있었다. 그것도 여자였다. 처음 보는 여자들이 아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골프를 하러 오긴 왔는데 둘이 치려니 너무 심심할 것 같아 혹시 동반 라운드가 가능할까 해서 팀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뭐 뜻밖이긴 했으나 굳이 안 될 일은 아니었다. 내심 원 떡이냐고 쾌재를 불렀다.
그렇게 남녀의 동반라운드는 시작됐다.
그런데 P씨는 첫 홀부터 OB를 날렸다. 아직 몸이 풀리지 않아서 그러니 다시 치라며 ‘멀리건’을 줬다. 여자들은 배운 대로 또박또박 치는 스타일이었다. 이 더운 날씨에 집안일 다 팽개치고 골프장에 나왔으니 ‘골프에 맛이 간 여자’들이라는 것은 짐작했었다.
드라이버 하나 만큼은 빵빵하게 때리던 P씨는 거의 매 홀 ‘돼지 꼬랑지’를 그렸다. 아니면 ‘장외 홈런’을 쳤다. 아이언도 죄 없는 잔디만 떠냈다. ‘없는 놈 죽 먹듯’ 뒤땅을 쳐댔다. 이럴 때 욕이라도 한번 해야 화가 풀리는데 여자들이 있으니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뚜껑’이 열리니 퍼트도 볼이 홀만 돌고 그대로 나오기 일쑤였다.
P씨는 후반에나 잘 쳐보자고 마음먹고 10번홀 티박스에 올랐다. 하지만 뭐 달라진 게 없었다. 또 오른쪽으로 꺾이는 말도 안 되는 OB가 났다.
“이 양반 지난밤에 뭘 했길래 아랫도리가 풀려서 헤매나”하며 여자 동반자들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사실 뭐 한 것도 없는데 졸지에 밤새 ‘죄’를 지은 것이 됐다.
볼깨나 친다는 소리를 듣던 P씨는 이날 낯가림 때문에 겨우 90타대를 지키며 라운드를 마치고 “내 다시는 여자와 볼을 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식식댔다.
그러나 P씨는 안다. 다음날이면 언제 여자하고 라운드 할 기회가 없을까 하고 고개를 뺄 것이라는 것을. 꼴에 남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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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