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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 고등과학원 교수 |
이번에 발견된 새로운 입자가 과연 표준모형의 힉스입자인지 그와는 성질이 다른 새로운 입자인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며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거대강입자 가속기(LHC=Large Hadron Collider)에서 양성자 대신에 전자와 양전자를 충돌시키거나 국제선형가속기를 새로 건설하는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인류는 오랫동안 우주만물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왔으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현대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에 의해 주어진다. 흔히 물질의 기본이라고 불리는 원자를 계속 쪼개어 본 결과 원자는 전자와 핵,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양성자와 중성자도 계속 쪼개본 결과 쿼크와 글루온이라는 기본입자로 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표준모형에 따르면 6가지 종류의 쿼크와 전자와 전자중성미자를 포함하는 6개의 경입자들이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이며, 이들은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핵력, 그리고 만유인력(중력)을 통해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 표준모형이 지금까지 미완성으로 남아있었던 이유는 소위 '신의 입자'라고도 불리는 힉스 입자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힉스 입자는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입자들의 질량을 만들어주는 매우 중요한 기본입자이며, 이번에 발견된 입자가 가까운 미래에 힉스입자로 판명된다면 표준모형이 드디어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위에서 설명한 4가지 힘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제5의 힘을 발견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자연과학에서 매우 획기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새로운 입자가 표준모형의 힉스입자로 판명이 난다고 해도 입자물리학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힉스입자의 질량이 왜 그렇게 가벼운지를 이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많은 이론 중에 가장 초대칭모형이다.
만일 초대칭모형이 맞다면 아직까지 LHC에서 초대칭입자들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우리가 사는 공간이 3차원이 아니라 부가차원을 가지고 있다는 이론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LHC에서 부가차원의 효과를 볼 가능성이 많다.
이런 이유로 LHC에서 힉스입자 이외에도 새로운 입자들을 발견할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기대하고 있다. 반면에 만일 이번에 발견된 입자가 힉스입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면 표준모형을 수정, 확장해야 한다. 입자물리학자들의 연구과제가 더욱 더 많아질 것이다. 힉스 입자 이외의 새로운 입자의 발견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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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에너지 구성 현황 |
결국 우주의 대부분은 우리가 모르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관측결과는 물리학자들에게 새로운 문제를 던져줬으며 암흑물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표준모형이 적절히 수정, 확장돼야 한다. 현재 많은 학자들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불철주야 연구를 하고 있다.
이번에 중요한 발견을 발표한 CERN 연구소의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기술의 집약물로서,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중국의 만리장성 등에 비견될 수 있다. 그리고 LHC가속기가 있는 CERN연구소는 영화 “천사와 악마”의 주요무대이기도 하다. LHC 가속기 링의 둘레는 약 27km로 천천히 걸으면 약 7시간이 걸린다.
이 가속기 링은 지하 100m 정도의 깊이에 위치해 있고, 그 링의 내부를 양성자가 각각 4 TeV라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지고 반대방향으로 돌다가 충돌하며 온갖 새로운 입자들을 만들어낸다. 4 TeV의 에너지를 가지는 양성자는 빛과 거의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빛보다 1초에 겨우 8m 정도만 느리게 갈 뿐이다.
LHC 가속기 내부는 영하 271.3도로 우주에서 가장 추운 곳이며 달에서의 기압의 1/10정도에 해당하는 초진공 상태이다. 즉 우주에서 가장 최극한의 조건 속에서 두개의 양성자가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한 LHC실험에서 얻어지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전 세계의 컴퓨터를 이용하는 GRID가 개발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일상생활이나 국가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최첨단 기초과학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관련된 과학기술분야가 반드시 발전하게 되고 결국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선진국들이 기초과학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기초과학에서 얻어진 연구결과는 시간이 흐른 후에 수많은 형태로 응용되어 왔다.
예를 들어 휴대폰의 기본원리인 전자기파에 대한 연구는 맥스웰이라는 영국물리학자에 의해 19세기말에 이루어졌고, GPS의 정확도에 필요한 시간에 대한 중력효과 보정은 1917년에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에 등장한다.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맥스웰이나 아인슈타인 모두 본인들의 이론들이 먼 훗날 거의 100년이나 지난 뒤에 휴대폰이나 GPS에 적용되리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초과학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과일나무(유실수)의 뿌리에 해당하는 것이 기초과학이고 그 나무에 열리는 과실이 실생활에 응용되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좋은 과일을 얻기 위해서 나무의 뿌리가 튼튼해야함은 너무나 자명하다.
현재 상당수의 국내의 학자들과 연구원 및 대학원생들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LHC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LHC 및 향후 CERN에서 진행하게 될 여러 실험에 참가하는 국내 연구진이 증가할 필요가 있다. 이런 거대실험에 참여해 다른 나라의 과학자들과 경쟁은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국가간의 지적인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국민들의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 고병원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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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