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재정부 신제윤 차관은 그리스 정국은 구제금융 재협상 등으로 안정될 때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유로존 재정위기의 근본원인이 불완전한 통화통합에 있어 재정위기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금융재정통합 등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장기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며 당분간 시장은 변동성이 커지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19일 기획재정부 신제윤 제1차관(사진)은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국제경제학회 및 한국국제금융학회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유로존 위기의 전망과 한국의 정책과제>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신제윤 차관은 올들어 국제금융시장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저리대출프로그램(LTRO),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원확충 등 방화벽(Firewall)을 구축하면서 불안이 완화되었으나 최근 그리스 재총선 실시,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등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재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제윤 차관은 “지난주말 치러진 그리스 총선 재실시 이후 유로존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두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전히 자욱한 안개 속에 서 있는 기분이고 어디에 다음 발을 내딛어야할지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신 차관은 “그리스 재총선에서 신민주당이 승리하여 단기적으로 시장불안이 다소 완화됐다”면서도 “그렇지만 긴축시한 연장 등 일부 구제금융 조건에 대한 재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정국이 안정될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신 차관은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채금리가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인 7%를 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위기가 이탈리아 등 여타 국가로 전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제윤 차관은 유럽의 재정위기는 불완전한 통화통합에 기인한다면 앞으로 금융통화통합 등 근본처방이 요구되고 있으며, 근본처방을 이루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므로 이번 위기를 해결하는 데는 장기간이 소요되고 그동안 시장의 불안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제윤 차관은 “유로존 재정위기의 근본 원인은 유로존이 금융재정통합 없이 통화통합에만 기반하여 불완전하게 통합을 이룬 데 기인한다”며 “이는 재정위기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더욱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 등 처방들이 제시됐으나 시장의 지지효과가 하루이틀에 그치는 것은 근본적인 처방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제윤 차관은 현재 유로존의 위기해결을 위해 ▲ 공동 채권 발행을 통한 상호 재정지원 ▲ 공동 정리신탁 회사 설립을 통한 구조조정 ▲ 공동 은행감독, 그리고 ▲ 부실채권 정리, 은행감독, 예금보험 분야에 대한 유로존 내 은행통합 수준을 제고하는 금융동맹(Banking Union)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 차관은 “유로존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들의 공통점은 역내 국가가 책임을 분담하는 대신 공동 정부에 정책권한을 이양한다는 것”이라며 “독일과 기타 국가간 어느 수준의 책임분담과 정책권한의 이양에 합의하느냐에 따라 향후 대응방안의 종류와 정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차관은 “이같은 해결책들 중 어느 하나도 쉽게 합의될 사안이 아니다”며 “따라서 이번 위기가 해결되는 데에는 장기간이 걸릴 것이며 당분간 시장은 변동성이 큰 불안정한 모습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위기의 차이, 글로벌 전염 & 확산
신제윤 차관은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판이하게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며 그 차이는 일부 지역의 위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신 차관은 “최근에도 그리스와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핵심원인으로 작용했다”며 “금융상품의 발달과 글로벌 자본이동의 확대로 금융무역 부문에서 세계경제의 상호연계성이 대폭 확대된 데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세계경제가 상호연계성이 대폭 확대되면서, 이른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전면화가 글로벌 위기의 양상까지 변화시킨 만큼 거시경제정책의 환경도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한국의 정책과제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거시경제정책의 환경이 ▲ 경제정책의 전이효과(Spillover) 효과가 커졌고 ▲ 성장과 물가안정의 전통적 정책과제에 더해 거시건전성이라는 새로운 정책과제가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거시건전성 정책과제로는 ▲ 자본유출입 위험 ▲ 시스템 위험 ▲ 부채위험을 꼽았다. 자본유출입의 자유화를 절대시하는 전통적 입장이 약해지고 급격한 자본유출입이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등장했으며, 연계된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중시하고, 부채증가율을 초과하는 고성장 달성이 어려워짐에 따라 부채촉진 경제의 한계도 주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제윤 차관은 거시경제정책의 틀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 스필오버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간 정책공조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외부효과를 계량하하고 스필오버효과를 내부화하려고 해야 하며 ▲ 거시건전성 정책이 보편적 정책수단으로 전통정책과 병행해서 사용해야 하며 ▲ 전통적 거시정책수단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제윤 차관은 “G20의 논의와 IMF의 입장변화를 바탕으로 자본유출입 관리가 보편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며 “최근 우리나라가 T/F를 구성하여 OECD 자본이동자유화 규약 개정작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신 차관은 “부채관리는 기업 가계 정부 등 경제주체별로 따로 하기보다는 총부채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최근 우리나라도 주체별 부채간 연결구조 등을 고려하여 부채 총량관리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차관은 “통화정책의 경우 과거 통화량 타겟팅이 물가를 상승시키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는 데 한계를 보임에 따라 인플레 타겟팅으로 전환했다”며 “그러나 통화량 증가가 부채증가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플레 타겟팅의 근간을 유지하는 가운데 통화량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 차관은 이문열의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밤>이라는 소설이 한 대목을 인용해 “지금의 혼란이 새로운 날의 전야인지 남은 시대의 마지막 밤인이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최적의 정책대안을 바탕으로 지금의 혼란을 새로운 날의 전야로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연설을 마쳤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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