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社 투자했다 보름만에 '거래정지' 직행
[뉴스핌=노종빈 기자]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코스닥 업체 투자와 관련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은 최근 한 사모펀드와의 협업을 통해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가전 및 IT업계 경영일선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2012년 3월 '사건의 재구성'
'애니콜 신화'로 유명한 이 부회장이 코스닥 IT업체 인스프리트에 제3자 유상증자 배정방식으로 20억원(회삿돈 10억원 포함)을 투자한 것은 석 달 여 전인 지난 3월 6일이다.
삼성전자 부회장 출신의 지분 투자 소식으로 주가는 다음날인 7일 개장초 소위 '점상한가'를 기록한다. 시초가부터 종가까지 단 한차례도 상한가를 내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회사 주식은 다음날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3일 연속 장대양봉을 만든다. 3월 6일 1420원대에 거래됐던 주식은 불과 이틀뒤인 8일 1955원까지 단숨에 38%나 급등하게 된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인 12일에는 당기순손실 246억원을 공시하면서 주가는 나락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시장에는 상장폐지설과 관련한 루머가 돌며 상황은 급격히 악화된다.
일주일 뒤인 3월 19일에는 최대주주인 대표이사가 자신의 지분을 70억원에 넘긴다는 내용의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 사실이 공시되면서 주가는 반짝 상한가로 돌변한다. 하지만 이 역시 대금미납으로 밝혀지고 주가는 또다시 하한가로 추락한다.
◆ 최대주주 지분매각 공시도 지연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것은 회사 측이 대금미납 사실을 19일이나 20일 공시하지 않고 이틀 뒤인 21일에야 공시했느냐 하는 점이다.
20일 인스프리트 주식의 주가 흐름은 이례적으로 1300만주가 넘게 거래되면서 결국 전일 상한가에서 곤두박질치며 연속 하한가로 떨어진다.
이어 거래소는 21일 장 마감뒤 감사의견 부적정,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거래정지한다. 이 때문에 인스프리트 주식을 보유한 개미투자자들은 석 달 가까이 투자금이 묶이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내부 사정을 알 길 없는 개미투자자들은 적잖은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주가를 선도한 세력들은 충분히 물량을 정리하고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를 챙길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 '출구전략' vs '선의의 피해자'
일단 이 부회장의 관점에서는 이번 투자와 관련, 입장이 난처해진 상황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천사'도 '악마'도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거액의 당기순손실과 자본잠식 등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업체에 투자금을 대줌으로써 회생시키는 엔젤이 될 수 있다.
반면 단기간의 주가 변동을 초래해 엄청난 수의 투자자들에게 주가급락의 고통과, 경우에 따라서는 전재산이 휴지가 될 지 모르는 아픔을 안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은 인스프리트의 올해 상반기 감사보고서가 나오는 오는 9월 중순께 커다란 분기점을 맞을 전망이다.
일단 정황상 이 부회장으로서도 선의의 피해자임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관계자들도 이 부회장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 회사측은 사전 관련성 부인
삼성 애니콜 신화로 더 잘 알려진 이 부회장은 IT업계에서는 유명인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느 IT회사나 이 부회장의 투자 참여를 크게 반길 것은 자명한 상황"이라며 "거기다 거금의 투자까지 진행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느 정도는 회사의 경영진이나 재무상황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보인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경영진과 이 부회장 간의 개인적인 친분이나 연관성은 일단 부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모든 것은 이 부회장의 개인적 투자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풀이다.
때문에 이 부회장의 투자 행보와 관련해 의문점과 부담은 여전히 남을 전망이다.
먼저 이 부회장이 자신이 투자할 회사가 상장폐지 위기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투자했다면 전략적 판단을 업으로 하는 최고경영자로서의 전문성과 자질에 커다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반대로 이 모든 상황을 알고도 지분 인수에 참여했다면 직간접적으로 주가등락과 투자자들의 손실 등을 초래한 장본인이 된 것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만약 이 부회장이 참여해 회사의 경영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일단락되지 않는다. 그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수많은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해서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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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