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세 단계 떨어뜨리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장기 신용등급은 정크등급과의 거리를 불과 두 단계로 좁혔다.
피치는 은행권 부실 및 자본 재확충에 따른 부담이 상당하고, 경기 침체가 중장기적인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며 이번 등급 강등의 배경을 설명했다.
스페인은 은행 시스템 구제를 위해 1000억유로의 자금이 필요할 전망이며, 이는 당초 예상치인 300억유로를 크게 웃도는 것이라고 피치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스페인 경제가 2013년까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내년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당초 전망에서 악화된 것이다.
피치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스페인 정부의 재정적인 통제력과 재량이 크게 위축됐고, 이로 인해 금융 시스템 구조조정에 강력하게 개입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또 외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해외 부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이 때문에 그리스에서 시작된 위기 전염에 특히 취약한 상태라는 것이 피치의 판단이다.
이와 별도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스페인 부동산 가격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경우 가뜩이나 자산 부실 문제가 심각한 금융권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주목된다.
무디스는 스페인의 거시경제가 악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52%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업률 추이와 과거 10년간의 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버블 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결론이 나온다는 얘기다.
한편 스페인은 이날 중장기물 국채를 약21억유로 규모로 발행, 목표치 최고액인 20억유로를 웃도는 발행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발행 금리는 6.044%로 6%를 상회했고, 지난 4월 5.743%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