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전일 10%대 급락했던 STX그룹 주요종목들이 악성 루머에 강경대응하겠다는 회사 방침이 나왔지만 하락세를 돌려세우지는 못하고 있다.
18일 오후 1시 50분 현재 STX는 전일대비 630원(6.41%)내린 9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STX팬오션과 STX조선해양, STX엔진 등도 3~5%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일 STX 그룹주들은 유동성 악화 루머가 퍼지면서 주가가 일제히 10% 이상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 STX 급락 루머, 도대체 뭐였길래?
이번에 STX 그룹주들을 급락시킨 루머는 STX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함께 '공동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기관투자자들에게 지분을 나눠 팔아 자금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검토했다는 것으로 이와 관련해서는 아직 어떠한 내용도 확정된 것이 없는 상태다.
회사측은 이같은 루머에 대해 즉각 부인했지만 시장에서는 커다란 악재로 받아들여졌다.
요약하자면 이는 두가지 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산업은행이 STX를 지원하는 시그널을 비췄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중립' 또는 '악재'로도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주채권은행이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점으로 읽힐 경우에는 중기 또는 장기적으로 '호재'로 읽힐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산은이 직접 나서 이른바 '공동펀드'까지 만들어 가면서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겠다는 설이 나오는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비춰졌다.
즉 시장에서는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손을 벌리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 즉 기존 자구계획에서 뭔가 걸림돌이 나타난 것이라는 얘기다.
◆STX, 2.5조원 규모 자구방안 추진중
그동안 STX 측은 3가지 방향에서 자체적인 자구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첫째,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STX OSV의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약 1억 달러 정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둘째, STX에너지와 STX중공업 등의 상장을 재추진해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아직 정확한 윤곽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와 함께 셋째 STX 대련 사업부문(중국 현지의 중공업·엔진·조선 사업부문)등 우량 사업부문을 상하이 증시 등에 상장시키는 것이다.
지난 13일 STX 측은 자구계획 발표에서 국내 비상장 계열사와 해외자원개발 지분 매각, STX에너지 기업공개(IPO), 기타 자산 유동화 등으로 약 2조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STX 자구안에 대한 애널리스트 입장은?
일단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장기적으로 산은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형태로 얘기가 흘러나온 것은 긍정적이라는 표정이다. 즉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STX 구조조정에 대한 어느정도의 확신을 가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가 하락은 단기적인 시그널에 대해 시장이 '악재'로 받아들이고 시장 불안감에 따라 급격히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어차피 구조조정이 된다면 크든 작든 문제가 없이는 넘어가기 힘들다"면서 "산은 측이 내부적으로 문제점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유동성 확보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애널리스트는 "주채권은행이 나선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시그널로 볼 수 있다"며 "그만큼 IPO 및 자산매각 과정에서의 펀딩 리스크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 STX, 유럽리스크는 없나?
STX그룹의 경우 해운, OSV 등 자회사의 사업의 주된 부분이 유럽시장과 관련돼 있어 유럽리스크가 있는지 여부도 짚어볼 부분이다.
하지만 STX는 이미 OSV의 싱가포르 증시 상장시 블럭딜을 통해 기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의 반 이상을 기관투자자들에게 넘긴 상황이다.
STX는 자구계획에 따라 나머지 지분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유럽관련 리스크 부각은 STX에는 그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유럽의 재정위기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선박금융의 80% 이상 유럽에 두고 있는 STX로서는 좋은 소식은 아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럽부문이 포함된 STX OSV의 주요 사업부문을 별도로 따로 쪼개서 매각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 채권시장 영향은? STX 조막손 투자자들 피해 우려
채권시장에서 STX그룹 채권의 경우 그동안 새마을금고나 단위농협 등 조막손들이 즐겨 입질하던 종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STX의 전반적인 신용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증권사 리테일 창구를 통해 판매를 위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형기관에서는 선뜻 손을 대지는 못했던 것이다.
일단 매수세가 위축돼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당분간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한 채권시장 전문가는 "OSV매각과 STX중공업·에너지 등의 상장 등이 이뤄질 경우 유동성은 풀릴 것"이라며 "다만 STX 채권발행 측면에서는 금리를 좀 더 얹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산업은행 "STX는 정상적으로 진행"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은 "(시장에 충격을 줄만한 요인은) 아무것도 없다"며 "모든 상황이 정상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STX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나 대부분 기초적인 단계에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재무구조 개선약정과 자구계획 발표 등을 통해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내용은 없다"고 확인했다.
그는 "산업은행은 주채권은행이기 때문에 어떠한 사안이든 면밀하게 상호 업무협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STX "검증안된 루머, 소송불사 강력대처"
STX그룹 측은 검증안된 루머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소송 등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STX 관계자는 ""검증되지 않은 시장 루머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다고 하면 여기에 대해 충분히 소명자료를 내고 악의적인 루머를 사전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로 투자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는 상황이 재발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으며 이같은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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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