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SK하이닉스가 일본 엘피다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인수 뒤 세계 3위 D램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 인수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를 통해 세계 최강의 반도체 회사로 올라선 삼성전자의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품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엘피다 인수참여를 공식화한지 불과 한달 여만에 철회했다.
엘피다 인수가 결국은 그룹차원의 반도체 경영에서 전략적인 가치가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일 SK하이닉스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이사회 뒤 기자들과 만나 "(엘피다 인수)전략적인 가치가 중요하나 이사회는 안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이사회가 전략적으로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교 우위와 열위간의 전략적 가치판단에서 현 싯점에서는 엘피다 인수가 비교열위의 선택일 수 있다는 내부결정을 본 것이다.
사실 업계와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엘피다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SK하이닉스의 주력분야인 D램사업이 엘피다의 사업구조와 비교할 때 시너지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일본 제조업의 상징인 엘피다가 SK하이닉스에 인수되는 것에 대한 일본 내 반대여론도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는 엘피다 인수에 적극적인 모양새를 취했다. 적어도 인수전 불참 이전까지는 말이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엘피다 인수시 얻는 효과가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당장 세계 D램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양대산맥을 이루게 된다. 세계 D램시장 점유율 23.7%인 SK하이닉스가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 35%대로 크게 높아지게 된다. 삼성전자의 세계 D램시장 점유율 43%이다.
이와함께 마이크론의 견제효과도 노릴 수 있었다. 만약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면 세계 D램시장에 지각변동도 예상됐기 때문이다. 마이크론과 엘피다의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이 SK하이닉스를 소폭 웃도는 24%대 뛴다는 점에서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에도 SK하이닉스는 엘피다 인수를 포기했다. 이에 대한 궁금증이 업계와 시장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일단 재무적인 부담감이 컸다는 분석이다.
현재 하이닉스의 총부채 규모는 7조 3600억원이다. 인수를 추진했던 엘피다의 총부채는 7조150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70.4%이다. SK하이닉스가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 부채규모는 약 16조5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원하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인수전에 불참했다는 얘기도 제기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예비입찰에 참여한 뒤 실사단을 파견, 엘피다의 정보를 확보한 상태이다.
한편 엘피다 인수전은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마이크론과 호니캐피털및 TPG캐피털로 구성된 중·미 연합펀드간 2파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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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