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우주산업 요람.."정비실력 미국보다 낫다"
[부산= 뉴스핌 정탁윤 기자] 부산 김해공항 근처의 숨은 요새였다. 국내선 청사에 내려 버스로 10여분을 달리자 광활한 대지에 3층 높이의 건물 10여동이 눈에 들어왔다. 공항 근처라 고도제한으로 건물이 높지는 않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만 직원들은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달 30일 찾은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본부에는 외주업체 직원 포함 300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대한항공 로고가 새겨진 작업복이 눈에 띄었다.
"나로호 발사체 제작에 참여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도 이제 미국과 유럽의 기술력과 한번 겨뤄 볼 만할 정도가 됐다는 생각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아직 미국이나 러시아, 일본 등에 비하면 우리의 항공우주산업 기술력이 뒤지긴 하지만 앞으로 본격 우주개발 시대가 열리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대한항공은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발사체 시스템 총조립을 담당했다. 발사체 상세 설계단계에서 인체의 신경계 및 혈관과 같이 발사체 전자탑재 장비들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주는 와이어 하니스(Wire Harness)를 설계 및 제작했다.
또 발사체 각 구성품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기 위한 총조립 설계 도면과 공정기술을 개발했고 발사체 제작을 위해 필수적인 조립 치공구와 각종 지상지원장비의 설계 및 제작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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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공군 F-15 전투기가 노후된 항공기의 배선을 모두 새로운 배선으로 체하는 작업을 마치고 대한항공 격납고 앞에서 최종 출고를 대기하고 있다. |
항공우주사업본부는 항공기제작사업과 정비사업, 연구개발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대전의 대한항공 연구개발(R&D) 센터와 더불어 대한항공내 핵심 부서.
보잉, 에어버스와 민항기 구조물 공동개발이 한창이고 무인항공기도 개발했다. 또 군용항공기 제작 및 창정비(미세정비) 를 담당한다. 군용항공기 사업의 경우 미국 공군이 주요 고객이다.
정비센터의 유상문 부장은 "대한항공의 정비실력이 미국 본토보다 낫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며 "오키나와나 알래스카, 하와이의 미 공군부대가 미국 본토에서 정비를 하지 않고 이곳에서 정비를 할 정도"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6년에 설립된 이곳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이미 항공기 제작 능력을 갖췄다. 다만 판로나 시장개척의 어려움 등 여건이 여의치 않아 본격적인 항공기 제작사업 진출은 자제하고 있다.
최준철 항공우주사업본부장은 "대한항공은 항공기 완제품을 제작할 능력이 충분하다"며 "다만 기내 전자부품이나 엔진 등은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대한항공의 경쟁력은 기술력"이라며 "탄소섬유 같은 복합소재 분야와 조립능력은 세계 유수의 회사들과 견줄만 하다"고 덧붙였다.
건물내 곳곳에 부착된 각종 인증서가 최 본부장의 말을 뒷받침 하고 있었다. 더불어 보잉과 미 공군의 최우수 협력업체 상을 잇따라 수상한 사실 역시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자랑거리다.
◆ "올해 매출 6000억..2015년 1조원" ▲ 대한항공 엔지니어가 파손된 UH-60 헬리콥터를 다시 기동할 수 있도록 항공기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올해 매출액을 전년대비 10% 늘어난 6000억원으로 정했다. 아울러 오는 2015년엔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국내 항공기 제조 산업은 곧 군용기 생산사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군수 분야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면서 이를 통해 산업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비전이 제시되지 않아 사업의 지속성장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이처럼 불확실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 하고 항공기 제조 사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은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사업 목표를 정하고 1980년대 부터 항공기 구조물 수출 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 결과 세계 양대 민항기 제작사인 보잉사, 에어버스사를 비롯해 브라질 엠브레어사 등의 항공기 국제공동개발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제공동개발 참여 기종으로는 B787, B747-8, A320, A350, ERJ170/190 등이 있다. 특히 B787, A320, A350 구조물은 대한항공이 설계에서 개발, 제작, 시험 및 인증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현재 에어버스사가 개발중인A350 차세대 항공기 전후방 화물용 출입구 도어를 개발해 제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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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이 설계부터 개발, 제작에 이르는 전 분야를 참여하고 있는 B787 항공기. 후방동체(AFTER BODY)가 제작이 완료된 후 엄격한 품질 검사를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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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